여리기만 할 줄 알았던 소녀, 박보영이 조금 달라졌다. '과속스캔들'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국민 여동생이, '늑대소년'에서 풋풋한 로맨스를 그리던 여린 소녀가, 눈에서 독기를 뿜어내고 떠나가라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어느 누구도 박보영에게서 예상치 못했던 변화다.
변화가 낯설진 않다. 그것이 중요하다. 미스테리 장르에 도전한 박보영은 소녀같은 이미지와 미스테리가 어울릴까라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이번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에서의 변화폭이 큰 감정, 병약하고 여린 모습부터 후반 폭주하는 모습까지 박보영의 다양한 감정을 소화해냈다.
변신, 그리고 도전에 대한 열망이 컸기에 이런 선택이 가능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박보영 안에 항상 자리잡고 있었단다. 그래서 '경성학교'를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다. 이제껏 표현해보지 못한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어려움도 있었고 자신의 한계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저는 그런 욕심이 있거든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싶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픈 욕심이 있어요. 그런데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그런 작품들이 들어오는것도 아니고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변화를 주려다보니까 쉽지가 않더라고요. '경성학교'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나이대였고 주란이라는 캐릭터는 제가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촬영하면서 '나는 연기가 언제쯤 늘까' 그런 생각을 했죠. 감정 폭들이 표현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욕심은 많고 단계별로 잘 해나가야 하는데 욕심을 부렸나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럴때마다 엄지원 선배도 파이팅해주시고 스태프분들도 집중할 수 있게 잘 해주셔서 그나마 잘 넘어갔던것 같아요."
올해 26살. 박보영은 서른 살까지 이런 변신을 계속 할 생각이다. 서른 전에는 다양한 것에 도전을 하고, 잠깐 삐끗한다고 하더라도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단다. 그렇게 기반을 쌓아서 서른 이후에는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것이 박보영의 인생 플랜이었다.
"30대 이후 생각을 많이 해요. 상상은 가끔 하죠. 준비는 안됐지만(웃음). 개인적 삶은 그렇다치지만 배우로서의 삶은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생각을 해요. 서른 전까지 더 다양한 걸 해보고 싶어요. 나중에는 무서워서 못 고를 것 같은 느낌인거죠. 지금도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회사랑 같이 하는데 지금이야 고민하다가도 '경험해보면 되지' 이렇게 생각해도 되는데 서른이 넘으면 삐끗했을 때 '괜찮아'라며 털고 일어날 수 있을까 무서워요. 서른이 다가오기 전에 굉장히 열심히 다양한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서른 이후에는 기반을 탄탄히 쌓아서 안정적인 느낌의 연기를 하고 싶어요. 지금도 연기가 불안정한 부분이 많아서 서른 이후에 안정적이면 좋지 않을까 싶죠."
단, 노출 연기는 제외란다. "아무도 안 보러 오실 것 같은데요"라며 웃어보인 그는 다양한 걸 접하고 싶지만 딱 하나, 노출 연기만은 제외시켰다고 했다.
"노출 연기는 생각 없어요. 많은 걸 해보고 싶지만 하나 빼놓은게 노출 연기에요. 하하.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노출 연기를 하면 아무도 안 보러 오실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이 상태로는 곤란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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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