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감초 배우'는 달랐다.
1인자는 아니더라도 1.5인자(?)로서 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배우 이한위가 드라마를 첫 방송을 앞두고 진행된 제작발표회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다. 드라마 및 영화의 제작발표회는 출연 배우들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는데, 이한위가 드라마에서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제작발표회도 재미있게 이끌어나갔다.
1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새 아침드라마 '어머님은 내 며느리'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이한위 김혜리 심이영 김정현 이용준 문보령 등 주연 배우들과 고흥식 감독, 이근영 작가가 참석했다.
새 드라마 '어머님은 내 며느리'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뒤바뀐 고부 사이, 며느리로 전락한 시어머니와 그 위에 시어머니로 군림하게 된 며느리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한위는 이번 드라마에서 다소 파격적인 역할을 맡았다. 대기업 회장의 외손자, 재벌이다. 이른바 '개망나니'처럼 살다가 돈이 떨어지면 할아버지를 찾아가 돈을 받아서 연명한다. 또 미스코리아 출신 미녀 배우 김혜리와 연인으로 호흡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이한위는 이날 "제가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제가 있어서 어머니가 며느리가 된다. 어머님과 결혼하는 남자"라며 "배우들은 맡고 싶은 캐릭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제가 재벌 3세다.(웃음) 극중 김혜리 씨를 28살로 본다. 근데 이게 말이 되나? 아무리 드라마지만 정말 말이 안 된다"고 말하며 웃음을 안겼다.
이어 "이런 캐릭터는 (저 같은 배우로서)맡기 아주 힘들다. 요즘 메르스로 고단한 일이 많은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 예전에 드라마 '사랑도 미움도'라는 작품을 이 작가님과 함께 했었는데 아주 즐거운 촬영이었다. 이번에도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 '괜찮아 아빠 딸' '가족의 탄생' 등을 연출한 고흥식 감독과 '사랑도 미움도' '아들찾아 삼만리' '장미의 전쟁' 등을 집필한 이근영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이날 공개된 예고영상에는 며느리가 아들을 빼앗아갔다고 여기며 질투하는 시어머니 추경숙(김혜리 분)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아들 바보'인 시어머니는 사소한 일에 며느리 유현주(심이영 분)를 구박했고, 친정 빚을 안고 온 며느리를 대놓고 무시했다. 고부 갈등이 극대화된 집안이었다. 그러나 하나의 사건으로 두 사람의 상황이 역전된다.
극한의 고부갈등만 놓고 보면 막장 드라마로 흐를 수 있다. 그러나 이근영 작가는 "단언컨대 우리 드라마는 막장이 아니다. 개연성 있는 인물들과 스토리 흐름으로 설득력을 가지고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드라마를 그리려고 한다. 말도 안되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도록 집필하는 것이 제 목표다"라고 소개했다.
시어머니 역의 김혜리는 "그동안 안 좋은 일도 많아서 마음 고생을 많이 했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김혜리의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게 연기로 확실하게 보답하겠다. 최대한 못된 시어머니를 연기하겠지만 그래도어떻게 보면 귀엽기도 하다. 예쁘게 봐달라"고 말했다.
그의 며느리를 연기하는 심이영은 "어머니가 리허설 때도 진짜로 때리셔서 고생을 하고 있다.(웃음) 이런 얘기도 할 정도로 (김혜리와) 많이 친해졌다. 밝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놉을 통해 재밌고 유쾌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대본을 읽으면서 하고 싶다고 느꼈다. 새벽까지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고 드라마의 성공을 자신했다.
그의 남편이자 레지던트 김정수 역은 신인 배우 이용준이 맡았다. 그는 "정수가 의료사고로 아이를 죽이게 되고 교통사고로 사망해서 제 분량이 많이 없다. 극 초반에 사라진다.(웃음)많이 부족하지만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시누이 역을 맡은 배우 문보령은 "수경이는 정말 얄미운 캐릭터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얄립다고 하지 않나. 엄마가 화를 분출하는 스타일이라면 저는 머리를 굴리면서 새 언니에게 얄미운 짓을 한다. 최대한 얄미운 수경이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배우들이 시청률 공약을 내세우면서 이한위의 기지가 발휘됐다. 김정현이 "시청률 15%를 돌파하면 담배를 끊고, 20%를 넘기면 술을 끊겠다"고 약속했고 이어 김혜리가 "저는 15%가 넘으면 제가 좋아하는 간식을 끊겠다"고 말했다.
그가 시청률이 20%를 넘기면 무엇을 내세울지 고민하자, 이한위는 "김혜리씨도 끊을 게 있지 않느냐"며 독설을 날렸다. 이 말인 즉슨 김혜리가 지난해 음주운전을 한 것과 관련해 '금주를 선언하라'고 무언의 압박을 한 것. 그의 말에 이 자리에 참석한 많은 취재진과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에 김혜리는 "백배 사죄하겠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한위는 이날 "15%를 넘기면 배우들과 함께 어린이 시설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한위는 끝으로 "이번주에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를 뮤직비디오처럼 촬영하는 장면이 있다. 내 몸은 그런 춤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 잘 찍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해 끝까지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이한위가 가장 돋보이는 주연이었다.
'어머님은 내 며느리'는 '황홀한 이웃' 후속으로 22일 오전 8시 30분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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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