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그 어떤 약으로도 고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는 아이돌에 빠진 딸, 극성스러운 엄마, 살과의 전쟁을 벌이는 모녀처럼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으로 벌어진 마음의 상처도 있다.
이런 애증의 아픔을 치료하겠다고 나선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바로 유재석·김구라 MC군단이 이끄는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다. ‘동상이몽’은 매주 달라지는 주제에 걸맞은 패널을 선정, 그들을 통해 사연의 주인공들에게 효율적인 조언을 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동상이몽’의 연출을 맡은 서혜진 PD는 “‘동상이몽’에서 패널들은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다. 고정 멤버도 있지만 한 명 정도는 늘 사연에 걸맞은 분을 부르려고 한다”며 “사연에 관련된 경험이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분을 모시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예로 살과의 전쟁을 치르면서도 요리사를 꿈꾼다는 여고생 김승은 양의 사연에 같은 고민을 겪은 적이 있다는 요리 연구가 이혜정이 패널로 등장한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날 이혜정은 “승은이를 보면서 잊고 있었던 나의 옛 모습이 떠올랐다. 사이즈가 안 맞는 다는걸 알면서 아닌 척 너스레를 떨어서 사람들이 성격이 좋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살수가 없어서 그런 척 하는 것이다"며 자신의 과거 경험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어 그는 "승은이가 영상에서 요리하고 친구들한테 대접한 뒤에 '내가 엄마 같아서'라고 말하지 않냐. 저는 그게 승은이 마음인 것 같다. 늘 외롭고 엄마가 그리운데 친구들한테 엄마처럼 대할 수 있고 같이 있을 때 베풀고 싶은 따뜻한 아이다"고 사연자에 공감하고 심경을 따뜻하게 헤아리는 모습을 보이며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는 ‘치료’를 제공했다.
사연자인 부모와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제작진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서혜진 PD는 “녹화 전 부모와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어 원하는 게스트를 부르기도 한다”며 “‘남장여장’ 현수 같은 경우에도 좋아하는 사람으로 허지웅을 꼽아서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동상이몽’에 출연한 허지웅은 방송에서 "남자 외모처럼 보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장 편하게 있어야 하는 집에서 표정, 말, 몸짓으로 24시간 네가 맘에 안 든다고 표현하는 저런 환경에 견딜 수 있냐. 너에게 문제가 있다고 24시간을 말하는데 살고 싶겠냐“라며 사연자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사연자와 부모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왔다.
이처럼 ‘동상이몽’은 좀처럼 마음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부모와 자녀들을 한 데 모아 이에 관련된 경험이 있는, 공감할 수 있는, 그래서 실천 가능한 조언들을 해줄 수 있는 패널들을 ‘치료제’로 내세웠다.
서혜진 PD는 “사연자들 대부분이 무작정 방송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병원이나 전문가를 찾아가봤지만 해결이 안돼서 방송까지 출연하게 된 것”라며 “방송 후 사연자들이 180도 변하지만 않지만 조금 나아지는 것만으로도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라고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해결에 한 발자국 다가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동상이몽’이 모든 사연을 ‘도깨비 방망이’처럼 백퍼센트 해결할 수는 없을 터. 사연자들이 스스로 해결 방식을 찾아가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도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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