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라디오스타’ 불편한 농담과 솔직한 수다 사이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6.18 06: 55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의 미덕은 B급 감성이 녹아있는 소소한 잡담에 있다. MC 4명과 게스트들 4명 사이에서 오가는 ‘말의 향연’이 시청자를 유혹한다.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진 말이 큰 웃음을 자아내고, 그 와중에 은근슬쩍 본심이 드러난다. 출연자들의 인간적인 매력이 드러나는 순간으로, 덕분에 ‘예능 사관학교’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바로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다.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는 ‘보석 같은 노총각 특집’으로 꾸며졌다. 유부남인 정보석, 미혼인 심현섭, 이형철, 장원영 등으로 게스트가 구성됐다. 심현섭과 이형철, 장원영이 자신들의 연애관과 경험담을 털어놓으면 정보석과 MC들이 조언을 하는 식이었다. 다양한 사연들이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냈고, 개그맨 심현섭이 순발력 있는 애드리브로 웃음을 더했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여자는 어릴수록 좋다” 식의 농담이 반복된 점을 지적했다. 정원영이 과거 10세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여자 친구를 만났던 경험을 밝히며 나이에 부담을 느꼈다고 말하자 “감사한 일”이라고 반응하거나, 연상인 50대 여성을 권하자 “남의 이야기라고 그러냐”며 ‘버럭’하는 식이었다. ‘차라리’ 40대 여성 톱스타를 공략하라는 제안이 나오면서 김혜수가 소환됐다. 톱스타 여배우는 맞지만, 나이로 여성의 가치를 매기는 듯한 전반적 분위기가 아쉬울 따름이었다. 

물론 예능프로그램의 본질은 웃음이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종종 이야기를 부풀리거나 약간의 허구를 섞는다. 이날 양희은의 명곡 ‘아침이슬’은 ‘숙박업소 개그’를 위해 희생됐다. 예능에서 제 아무리 웃음이 중요하지만, 출연진도, 제작진도 남성 중심인 국내 방송가가 종종 빠지는 ‘함정’이 있다. 여성의 대상화다. 이날도 절반의 시청자인 여성을 대상화시키는 일부 멘트들이 찝찝한 뒤끝을 남긴 셈이다.
그 가운데 ‘보석 같은’ 존재는 정보석이었다. 화려한 입담을 보여준 심현섭이나 이형철, 샛별처럼 등장한 ‘김구라 스나이퍼’ 정원영에 비해 분량은 적었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남자도 나이가 들 수록 어린 여자를 찾지 않느냐” 등 연륜이 묻어나는 이야기로 중심을 잡았다. 그러면서도 아내와 냉전 중이란 사실을 재차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웃자고 한 이야기에 죽자고 덤빌 이유는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라인에서 팽배해진 ‘여혐현상’에 대중매체가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할 수 없다. 왜곡된 남성상 혹은 여성상을 담아내는 드라마와 예능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예능을 다큐로 볼 이유는 없지만, 예능이 지닌 파급력과 만드는 이들의 책임감은 생각해 볼 문제다. 
jay@osen.co.kr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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