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영화①] 한국 영화 엉금, 할리우드 깡총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5.06.19 09: 00

지난 상반기는 헐리우드 영화가 2030세대를 얼마나 강력하게 사로잡을 수 있는지 충분히 입증해낸 시기였다.
서울 촬영 프리미엄까지 붙은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결국 마블 최초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히어로물의 시장을 대거 넓혔고, '킹스맨', '매드맥스' 등 기존 한국 영화에선 나오기 힘든 정서와 스타일을 가진 할리우드 액션물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 사이 한국 영화들은 대체로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객들의 빠른 취향 변화를 못따라갔다는 평가를 받거나, 초대형 블럭버스터에 밀려 제대로 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누리지 못했다.

# 한국 영화, 밀리네
지난해 한국 영화의 매출액은 8200억원이었다. 한국 영화의 올 상반기 성적은 2700억원에 불과했다.
아직 여름 성수기가 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건 외화도 마찬가지. 그러나 외화는 지난해 매출 8400억원의 절반 수준인 4100억원을 올 상반기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기대작들이 줄줄이 개봉 대기 중이라, 지난해 성적은 가뿐히 넘지 않을까 하는 게 대체적인 전망.
한국 영화의 부진은 수치를 차치하고라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난해 개봉해 올해 초까지 흥행을 이어간 '국제시장'과 20대 사이에 인기를 모은 '스물'을 제외하곤, 영화 자체의 메시지나 캐릭터로 극장 밖 화제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정말 재미없었다'는 평과 함께 적극적으로 관람을 말리는 반응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면 '어벤져스2', '킹스맨', '매드맥스' 등은 열혈 팬덤을 구축하면서 재관람 열풍과 SNS상의 2차 패러디 등도 활발했다. 특히 '킹스맨'과 '매드맥스'는 영화 속 여러 설정과 캐릭터들이 20~30대를 강력하게 사로잡으며 문화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움직임도 컸다.
#  할리우드의 침공이 아니라, 적극적 수용
그래서 지난 상반기 영화계서 가장 많이 회자된 말은 아마도 '침공'일 것이다. '어벤져스2'가 압도적인 스케일과 재치있는 캐릭터 구축으로도 모자라 서울까지 직접 와서 로케이션을 진행하자 한국 시장을 노골적으로 노린 것이라는 풀이가 우세했다.
더구나 지난 4월 개봉 당시 개봉관의 80% 이상을 독점하고 한국 영화들이 알아서 자리를 피해주는 광경이 펼쳐지자,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할리우드의 '침공'이라기보단 국내 관객의 열렬한 수용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예매를 위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CGV의 사이트가 마비되고, 영화 속 캐릭터의 인지도가 웬만한 아이돌그룹 멤버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올라가니 극장 입장에서도 이 '열렬한 요구'를 외면하긴 어려웠던 것.
애초에 국내 언론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킹스맨'과 '매드맥스'의 경우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이 두 작품은 작정하고 한국 박수오피스를 침공했다기보다는, 국내 관객이 열렬한 반응을 보이면서 점차 인기를 불려간 케이스다.
# 하반기 역전을 노린다
국내 영화계는 애써 침착한 분위기다. '어벤져스2' 여파로 진검승부를 펼칠만한 무기는 하반기에 숨겨뒀다는 것.
지난해와 비교해도 아주 처참하진 않다는 자기 위안도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총 매출액은 3100억원. 외화는 4300억원이다. 외화에 밀린 게 새삼스럽진 않다는 말이다. 올 상반기 2700억원의 성적이 아주 '많이' 떨어진 것도 아니라는 평가도 설득력은 있다.
그러나 한국 영화의 이미지가 확연히 나빠지고 있는 것도 체감은 하고 있다. 한국 영화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 여름 성수기부터 하반기까지 역전을 펼쳐낼 수 있을지, 향후 영화시장 판도가 거기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2015년 상반기 박스오피스 순위(18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1위 '어벤져스2' 1046만
2위 '국제시장 ' 891만 (지난해 12월 개봉. 올해 관람객만 집계)
3위 '킹스맨' 612만
4위 '조선명탐정2' 387만
5위 '분노의 질주7' 324만
6위 '스물' 304만
7위 '매드맥스4' 294만
8위 '빅히어로' 280만
9위 '강남1970' 219만
10위 '악의 연대기' 204만
ri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