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쪼개기] '라스', 동물 성대모사 원조는 심현섭 아닌가요?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6.18 10: 04

동물 성대모사의 원조는 개그맨 심현섭이다.
그동안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동물 개인기를 선보인 후배들이 '예능계의 샛별'이라는 타이틀을 따냈지만, 심현섭은 이들의 '아버지'다. 그를 빼놓고 성대모사를 논할 수 없을 것 같다.
심현섭은 지난 17일 방송된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새롭게 만들어 낸 동물 성대모사를 대방출했다. 개그맨이 재미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응당 그래야만 하는 것인데 심현섭은 구식 같으면서도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개그 소재로 웃음을 안겼다. 일명 '목소리 제조기'였다. 대상의 특징을 정확하게 포착해내 싱크로율을 높인 그의 성대모사는 훌륭했다.

심현섭은 "데뷔 25주년 개그맨 심현섭이다. 오늘은 좀 진지하게 가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진지할 리 만무했다. 그는 이날 "지금껏 소개팅을 100번 했다. 맞선을 하루에 두 번 본 적도 있다"고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저와 선을 볼 때 상대여성이 의자를 뒤로 빼는 걸 느꼈다"며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맞선 자리에서 동물 종합병원 편을 선보였다고.
심현섭은 이비인후과에 간 돼지, 내과에 간 돼지, 산부인과에 간 염소, 정형외과에 간 암탉, 칠순잔치에 간 물개로 웃음을 빵 터뜨렸다. 김구라는 "이 친구는 선을 보면서 개인기를 개발한다"고 말하며 좋아했다. 심현섭을 가히 성대모사의 원천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자들이 제 개그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답답해했다.
성대모사를 잘하는 스타들은 열 손가락으로 다 꼽기 힘들 정도로 너무 많다. 하지만 심현섭은 그들과 차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주변의 야유에도 굴하지 않는 자존심, 시키지 않아도 굳이 꺼내보이는 당돌함, 웃기고야 말겠다는 그 의지. 성대모사의 귀재로 불릴만 하다.
성대모사라는 장르가 닳을 대로 닳아서 진부하지만 심현섭의 그것은 한 번만 봐도 웃음이 터진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자주 나오는 것 같지만 1년 만에 다시 나온 심현섭의 모습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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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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