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기록했다. 싱어송라이터 조아람의 첫 정규 앨범 '연애의 기록'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앨범이다. 사랑의 시작부터 끝, 그리고 다시 새로운 시작까지. 그 모든 과정을 서사적으로 생생하게 담아낸 앨범.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귀를 기울이고 공감할 만 하다.
지난 2012년 첫 싱글 '봄과 안녕'로 데뷔, 이후 미니 앨범과 여러 장의 싱글들을 발매하며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온 조아람은 듣기 좋고 편안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가수다. 그가 노래로 들려주는 자신의 얘기는 다정하게 듣는 이의 마음에 파고든다.
17일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조아람 첫 번째 정규 앨범 '연애의 기록'에는 그가 처음 곡을 쓰기 시작했던 지난 2008년부터 가장 최근 만들었던 곡까지 모두 13트랙이 담겼다. 직접 경험한 일들을 그대로 트랙 순서대로 배치한 거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돼 사랑에 대해 다시한 번 곱씹게 된다.
직접 들려준 본인의 노래와 연애에 대한 이야기.
트랙 1 런던. 연애의 기록의 시작. 당시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영국 런던으로 연인을 만나러 가는 설레임을 담았다. 런던에 가기 직전에 연인에게 처음으로 들려줬는데 굉장히 좋아했다는 추억이 있다.
트랙 2 이별징후. 장거리 연애의 어려움. 떨어져 있다 보니 마음이 멀어지고 있다.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했던 말이 피부로 느껴진다. 조아람은 '아무런 이유 없이 별다른 연락없이 지내는 우리 사이 참 낯설어'라며 이별징후 속에 비틀거리는 자신의 마음을 담담하게 토로한다.
트랙 3 그러니 놓지마. 타이틀곡. 여자 쪽에서 이별을 통보했을 때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르는 노래. 절절한 남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지금 내 손을 놓으면 아마 휘청거리겠지'라며 빛났었던 둘 사이를 추억한다. 조아람은 "자리에 앉자마자 쭉 나온 노래다. 그 때 느낌이 되게 새로웠다. 나중에 합주하고 편곡하면서 울컥울컥했다"라며 그 만큼 곡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말했다.
트랙 4 몇 번이고 그 거리를 걷고 나면. 헤어지고 나서 그래도 괜찮다며, 속마음과는 다소 다른 '허세'를 보여준다. '좀만 더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란 자기 위로. 곡 템포는 빠르지만 분위기는 어딘가 모르게 멜랑꼴리하다.
트랙 5 이렇게도 쉽게. 다 잊은 것 같았다. 정말 괜찮아진 줄 알았다. 그러나 어느 비 오던 날 신발이 젖었는데, 그 때 감정이 무너지게 됐다. 다 지나간 일인 줄 알았지만 다시 그리워지고 힘들어지는 마음이 듣는 이의 가슴을 친다.
트랙 6 나에겐 너야.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녀가 런던에서 한국으로 거의 돌아왔을 때쯤이다. '정말 오랜만이야'란 너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말. '너무 보고 싶었어.'
트랙 7 예쁜 길. '다시 만날 수 없다'라고 포기를 하고, 그러면서 서서히 마음 정리를 했다. 그러자 추억들이 더욱 아름다워졌다.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일들이 '예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아람은 "너란 사람과 함께 해서 행복했다,라고 마무리하는 노래"라고 이 곡을 소개했다. 돌이켜보니 진짜 열심히 사랑을 했던, 함께 같이 걸어온 두 사람에 대한 헌사다. 그러면서 다시 에너지를 얻는다. '다시 사랑을 하고 싶다. 또 다른 예쁜 길을 걷고 싶다'라는. 누구나 헤어진 연인을 억지로 잊고 싶다며 애쓰는 시간이 있는데, 시간이 흘러 뒤돌아보면 '참 아름다웠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만 하다. 그리고 그런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내 앞에는 다른 사랑의 길이 펼쳐질 수 있다. 조아람은 듣는 이들에게 이런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또 다른 시작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랙 8 쓰레기봉투. 시간이 지나 잘 지내고 있다가 연인과 오랜 동안 주고받았던 편지 꾸러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쓰레기 봉투에 담은 것을 노래로 담았다. '모든 편지마다 네 이름 앞에 꼭 달린 '사랑스런 너의'라는 문구에 웃음 짓는다'란 가사가 아련하다. 실제로는 그것들을 결국 쓰레기 봉투에 담지는 않았단다.
트랙 9 아찔한 비밀. 다른 사랑이 찾아왔을 때의 감정을 담은 곡이다. 겉보기에는 요즘 말로는 '썸'. 마음은 아직 전 연인에 대한 정리가 완벽하게 안 됐는데 다시 누굴 만나도 될까, 란 생각에 혼란스럽다. 조아람에게 할머니, 강아지, 친구 등 주위 사랑했던 이들이 세상을 뜨는 일이 1,2년간 갑자기 일어났고, 그 당시 감정 소모가 잘 안 됐을 때 나온 노래다. 그는 "당시 무기력하고 답답했는데 일련의 작업을 열심히하면서 이겨냈던 적이 있다"라고 전했다.
트랙 10 그런 사람. 마침내 썸을 타던 새로운 사람과 사랑을 시작했다. 한 마디로 '러브송'. 조아람이 예전에 써 놓았던 곡으로 실제로 노래 속 목소리가 어리단다. 이 노래를 만들어 놓고 이후 공연을 하고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목소리가 달라져 다시 녹음하려다가 '그 때만이 낼 수 있는 소리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원곡 그대로 수록했다.
트랙 11 마주치다. 마주쳤다 그녀와.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각자 다른 애인을 대동한 상태에서 만났다. '건너편에 서 있는 너의 모습은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이'란 가사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서로 힘들었겠지만 그녀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다시 생겨 다행이다.
트랙 12 영원이란. 7년 전에 쓴 멜로디로 시간의 순서대로 트랙을 정리하다가 '이런 내용의 곡을 여기에 수록하면 좋겠다'란 생각에 끌어다 가져왔다. 전 연인을 마주친 이후 문득문득 후회가 되는 마음을 담았다. 왜 '니가 너무 변했다'라며 상처를 줬을까. 영원한 건 없는데. 그 사람한테 왜 영원한 걸 강요했을까. 후회를 했다. 하지만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다.
트랙 13 그래도 또. 앨범의 마지막 곡. 왜 아픈데도 힘든데도 또 사랑을 할까란 물음표.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지만 결국은 사그러진다. 그래서 힘들지만, 이내 사랑은 다시 찾아온다. 가사 속 '너'라는 화자는 이성이 아니라 사랑이란 감정한테 하는 얘기다. '난 왜 너를 다시 믿었을까. 결국 나는 널 또 찾겠지.' 조아람은 쓰면서도 '이건 마지막 트랙이다'란 생각을 했다. 그가 이번 앨범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얘기는 힘들어도 사그러들어도 사랑만이 우리의 버거운 삶을 구원하는 유일한 감정이란 것이다. 그게 바로 연애의 기록의 주제이기도 하다.
중학생 시절 김건모의 5집이 이랬단다. 1번부터 마지막 노래까지 서사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굉장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이번 앨범 '연애의 기록'에 김건모의 앨범이 모티프가 됐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리지만 어느 순간 '훅' 들어오는 감정. 개인에서 보편을 이끌어 낸 공감가는 가사는 싱어송라이터 조아람의 재능이 빛나는 부분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테마가 정해져있어야 곡이 나온다. 가사가 정해져있어야 음악이 술술 풀린다. 내 음악적인 철학은 기본적으로 텍스트가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텍스트가 무엇인지가 조금 더 중요하다. 그 텍스트를 얼만큼 멜로디와 편곡으로 살려줄 수 있는가에 신경을 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달 12일 첫 정규 앨범 발매 기념 서울 홍대 벨로주에서 단독 공연을 앞두고 있다. 공연을 많이 하지만 단독 공연은 처음이다. 그간 쇼케이스를 해 왔지만 자신의 곡이 많지는 않았다. 조아람은 "이번에는 온전히 내 노래로 채워진 공연이고 앨범에 참여하신 분들이 앨범 속 사운드를 그대로 보여줄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이번 앨범에는 가수 지아, 린 등과 작업해온 작곡가 북극곰, 보컬리스트 소울맨, 남성 듀오 플레이모드, 래퍼 아날로그소년, 밴드 쏠라티 보컬 류혜림, 싱어송라이터 조우람 등 다양한 분야의 뮤지션들이 힘을 더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더불어 특별한 점이 또 있다. 그는 친 남동생과 함께 음악작업을 한다. 형제가 같은 길을 걷는 것이다. 실제로 역시 싱어송라이터인 조아람의 동생 조우람은 이번 앨범에서 co-producer에 이름을 올렸다. 원래는 그닥 친한 사이가 아니었지만, 같이 음악을 하며 동생의 재능을 알고 존경하게 됐고, 형제로서 더욱 소통되는 포인트가 있구나, 라는 걸 느꼈다고. 조트리오를 잇는 또 하나의 형제 뮤지션들의 활약을 지켜볼 만 하다.
마지막으로 "조아람의 음악은 무엇이냐"란 질문에 그는 "조아람의 음악은 '연애'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우리 삶의 원동력은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션들이 현실의 부조리함도 알려야하지만 판타지와 희망을 줘야하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 중 가장 큰 것은 사랑이다"라고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음악관을 밝혔다.
"올해 계획은 최대한 많은 분들을 만나서 직접 제 목소리로 음악을 들려드리겠다는 거에요. 그 때 그 때의 감정을 세세하게 전달하고 싶어요. 다양한 자리에서 제 목소리로 관객들을 만나뵙고 싶고요. 오래 열심히 만든 앨범인 만큼, 오랫동안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트리밍 세대인 요즘은 한 음악을 오래 듣지 못하잖아요. 오래 들려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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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