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코미디 빅리그'가 '종교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깝스'에서 차용한 태국 승려와 불상이라는 소재로 인해 태국 현지 언론과 여론이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친 것.
태국의 경우 국교 자체가 불교인데다, 신자들의 신앙심이 특히 두터운 것으로 잘 알려진 만큼 십분 이해되는 상황이다. 승려가 불상의 머리를 때리는 장면이나, 옷을 벗고 바닥에 드러눕는 장면 등이 여과없이 화면에 등장한 것은 분명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다.
하지만 다뤄진 소재나 자극적인 캡처물 외에 '깝스' 코너에 대한 콘셉트 이해도나 전반적으로 이날 방송에서 다뤄진 내용에 대한 이해가 곁들여졌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만약 그랬으면 현재 일고있는 '종교 비하' vs '개그소재 자율성'의 단순한 대립 구조를 벗어날 수 있고, 제작진 및 출연진이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쉽게 엿볼 수 있기 때문.
'깝스'는 어눌한 한국말을 사용하는 FBI 요원(황제성 분)과 한국 형사(김두영)가 공동으로 경찰서에 끌려온 범죄 용의자(하준수)를 취조하는 상황을 코믹하게 풀어낸 코너다.
이날 역시 용의자가 불법 판매한 가짜 불상을 구매한 피해자로 태국의 승려(김민교, 강유미)가 등장한 것이고, 불법 판매된 가짜 불상으로 위장한 공모자(조세호)가 뒤이어 입장해 웃음을 자아낸 것.
태국에 불법으로 불상을 판매한 이는 분명 '한국 사기꾼'이고, 조세호 역시 불상의 모습으로 분장 했지만 '실제 불상'이 아닌 그냥 '사기꾼의 동료'였다. 이에 분개하는 태국 승려의 모습이나, 가짜 불쌍 연기를 하는 범죄자를 때리는 모습이 확실하게 전달됐다면, 그렇게 큰 문제로 불거졌을까 하는 의문은 든다. 그저 소재로 스님이나 불상의 모습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 불쾌감을 느꼈다면 할 말은 없다.
종교의 영역은 모두가 조심 또 조심스러워하는 영역이다. 개그맨이나 방송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들이 코너를 짜고, 소재를 의논하는 과정에서 이를 간과했다면 그것은 그들의 문제다. 하지만 고민했던 그들의 결론은 '문제 없음'이었다.
때문에 지금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코미디 빅리그' 제작진은 "종교 비하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억울함을 토로할 수 있다. 물론 "시청하는 사람들이 불쾌하게 느꼈다면 사과한다. 앞으로는 제작에 더 신중을 기하겠다"는 말을 덧붙이는 건 잊지 않았다.
일단 논란이 불거지면, 근원적인 내용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달궈진 표면적의 자극적 내용들만 엮어서 확산되는 상황은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파악이 끝나면, 잘못된 점은 바로잡고, 해결하거나 책임져야할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의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진화하는 게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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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빅리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