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상반기, 국내 박스오피스 사상 히어로 무비로서는 처음으로 천만 관객 영화가 탄생했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게다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촬영을 진행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으니 이쯤되면 '어벤져스2'가 국내 영화사에 발자욱 하나는 남겼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제작 단계부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작품이기에 어찌보면 천만 돌파는 당연한 것이었을수도 있지만 천만 관객은 그냥 이뤄지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영화 흥행을 위해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마케팅, 홍보사의 노력은 흥행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될 만큼 중요하다.
그 중심에 있는 '어벤져스2' 홍보사, 호호호비치의 이채현 대표는 '어벤져스2' 홍보의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부담감을 꼽았다. 당연히 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란 시선이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단다. 어찌나 힘들었던지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트 선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단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은 큰 법. "전국민의 1/5 이상이 봐준 영화를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죠"라며 보람을 느낀 순간을 전한 이채현 대표는 앞으로 마지막 관객이 영화를 볼 때까지 끈을 놓지 않고 인연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채현 대표와의 일문일답
- 상반기 기대작이었던 '어벤져스2', 홍보사로서 부담을 느낄법도 한데 어땠나.
▲ 2014년부터 1년 동안 준비했다. 부담감은 정말 컸다. 어떠한 말 한마디가 부풀려질 수도 있고 팩트도 과장이 될 수도 있고, 뜨거운 관심이 왜곡이 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전세계 최고의 기대작인만큼 신중하고 진정성 있게 하려고 했다.
- 기대작의 홍보는 상대적으로 수월할 거라는 인식도 있는데.
▲ 모두가 기대하는 경기, 컴백, 작품일 경우 그 부담감 역시 배가될 것이다. 그것을 모두 수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기대주를 넘어선 1인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기대작을 홍보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기대한만큼 실망감도 클 것이라는 생각으로 더 큰 사명감으로 일을 하게 된다.
- '어벤져스2'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세웠는지 궁금하다.
▲ '어벤져스2'는 1편과 3편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이다. 그리고 2016년에 개봉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시발점을 낳는 작품이기도 했기에 고민이 많이 됐다. 그래서 마케팅 슬로건을 '어벤져스는 끝났다!' 라고 잡았고, 대한민국 촬영 이슈에 대한 부담감을 상쇄시키는 게 관건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 '진정성'을 많이 두려고 노력했다.
- '어벤져스2' 측에서 한국 촬영을 진행했는데, 기억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아찔하다. 다시 생각만해도(웃음). 마포대교부터 잊을 수가 있겠는가. 영화 촬영 장면이 생중계 되기도 했고, 애정을 갖고 찾아주신 시민들도 감사하고. 사실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면 언제 그런 관심을 받아보겠는가. 그리고 전편이 전세계에서 약 15억달러를 번 작품이 대한민국에서 촬영한다는 자체가 회사차원에서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 '어벤져스2' 배우들이 내한을 하기도 했다. 이때의 에피소드는?
▲ 배우들이 대한민국을 정말 사랑하게 됐다는 것이다. 공연쪽에서도 해외 스타들이 한국인들의 떼창에 중독됐다고 하지 않나. '어벤져스2'의 배우들도 대한민국 팬들의 사랑에 완벽하게 매료됐다. 열정, 에너지를 오히려 역으로 받았다고 했고, 팬서비스를 받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 뜨거운 열기를 충만한 배우들이 해외에서도 대한민국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감동적이다. 특히 할리우드 배우들은 자기 관리, 스케줄 관리가 철저한데 그 부분도 다시 한번 놀랐다.
- '어벤져스2' 홍보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 이 작품은 홍보사에서 얘기하는 것마저 기사화가 되고, 과열된 경쟁이 빚어낸 왜곡도 분명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신중'과 '진실'이 가장 중요했고, 기대감이 점점 커진다는 부담감이 스태프들에게 전이된 것이 가장 힘들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천만'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마치 '천만'은 기본이라는 것 자체가 '넌 무조건 1등 해야돼' 이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언제나 1등은 할 수 없지 않는가. 개인적으로는 김연아같은 선수는 정말 얼마나 많은 부담감과 큰 무게감으로 경기에 나갔었는지 정말 조금은 이해가 됐다.
- '어벤져스2' 홍보를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적이 있다면.
▲ 사람들이 이 작품을 알아준다는 것 자체가 보람된다. 더불어 흥행이 되는 것 자체가 영화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된다. 2010년 '아바타'를 보고 공동 대표인 이나리 팀장과 "앞으로 우린 이런 대작을 할 수 없겠지"라고 말하고 영화 홍보 마케팅을 그만둔 적이 있었다. 다시 영화를 할 수 있었던 건 물론 이런 보람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게 '중독' 아닌가. 영화는 중독시키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버티고 버텨서 '어벤져스2'를 하게 됐고 전국민의 1/5 이상이 봐준 영화를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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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