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과의 만남은 애틋한 법이다. MBC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어게인'은 이러한 포인트를 건드린다. 스타들의 동창회라는 콘셉트로, 과거 함께 호흡했던 멤버들이 모여 회상하고 추억하며 또 다른 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담는다. 여기서 나오는 재미와 감동이 쏠쏠하다. 이 프로그램은 정규 편성돼 ‘어게인’할 수 있을까.
신선한 포맷의 예능프로그램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간 이 같은 형식을 가진 프로그램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추억 팔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지만, 함께 공유하는 추억을 통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 꽤나 흥미롭다. 과거를 함께 회상할 수 있는 것은 배우들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 핵심이다. 시청자들은 오랜만 모인 배우들과 과거로 돌아가 당시를 함게 회상할 수 있다.
파일럿으로 편성된 ‘어게인’에서 택한 드라마는 1999년 방송된 MBC 드라마 '왕초'였다. 주인공 차인표, 송윤아 등 주역이 당시 촬영장인 경기 양주시 MBC 문화동산에서 모여 지난날을 추억했다.
18일에는 이들의 두 번째 이야기가 펼쳐졌다. 지난주 방송은 '왕초' 커플인 차인표와 송윤아의 수줍은 만남으로 시작됐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어색한 존댓말로 말문을 열었고, 이제 학부모가 된 두 사람은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로 공감대를 찾았다. 이후 박상면, 홍경인, 이계인, 현영 등이 합류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 방송된 2부에는 당시의 원년 스태프들이 등장해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을 함께 더듬었다. ‘왕초’의 연출을 맡았던 장용우 감독은 “당시 촬영장에 김춘삼이 직접 왔었다. 그만큼 철저한 고증을 통해 드라마를 만들었었다”고 말했고, 모두가 당시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감동을 준 코너는 ‘비포&애프터 상영회’였다. 16년 전 스틸컷을 재연한 것. 멤버들은 당시 의상을 입고 그때의 장면들을 다시 연출해 함께 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당시의 명장면을 함께 보며 공감하는 모습들이 인상적. 마지막에는 시상식을 통해 ‘왕초’의 주역들에게 의미있는 상을 수여했다.
차인표는 “선배들 동료들 만난 것 잊지 못할 거 같다.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이 오실까, 재미 있을까, 나도 반가울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정말 행복하더라. 여러분 만나는 게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일단 재미와 감동을 함께 잡으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어 정규 편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물론 한계점이 있다. 이제는 톱스타가 된 당시의 주연 배우들을 매주 섭외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와 당시를 주름잡았던 히트작들이 ‘왕초’팀처럼 모두 분위기가 좋았을까 하는 문제다. 또한 강점이었던 신선한 포맷이 회를 거듭하고 익숙해지면 어떤 포인트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어게인'은 향후 정규 편성이 되면 가까운 2000년대부터 대중문화의 황금기 90년대, 그리고 추억의 7,80년대 작품들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들을 만나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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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게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