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수애가 캐릭터의 제한 없이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여배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보통 한국 드라마에서 여배우가 연기 변신을 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수애는 선과 악의 구분점 없이 극악무도한 악역이었다가 어느 순간 가끔은 답답할 정도로 착한 선한 인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번 수애는 연기를 잘해도 너무 잘해서 시청자들의 체증을 유발하는 ‘신데렐라 수애’다.
수애는 현재 SBS 수목드라마 ‘가면’에서 가족과 자신의 삶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남의 인생을 훔쳐서 위장하고 있는 변지숙을 연기하고 있다. 지독히도 가난했던 지숙이 부잣집의 예비 며느리였던 은하로 가면을 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수애는 사람도 죽일 수 있는 못된 인물인 민석훈(연정훈 분)에게 휘둘리는 지숙을 연기하는 중이다.
전작인 ‘야왕’에서 시청자들에게 욕을 제대로 먹는 악역 연기를 하며 ‘미친 주다해’라는 별명을 얻은 수애는 어느새 가끔은 짜증이 날 정도로 착하고 순한 인물로 변신했다. 현재 ‘가면’은 지숙을 옭아맨 석훈의 악행이 점점 악랄해지고, 아무 것도 모르고 사랑에 빠진 최민우(주지훈 분)와의 사랑이 안타까움을 유발하고 있다. 음모의 중심에 있는 지숙은 만날 당하기만 하는 선하디 선한 인물. 악독한 마음을 품지도 못하고, 당황하면 표정에 다 드러나는 순진무구한 성향이다.
‘야왕’에서 야망에 휩싸여 서슬퍼런 독기를 뿜어대던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착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 것은 배우의 힘. 수애는 선과 악의 구분 없이 마음껏 연기를 하는 그야말로 팔색조 배우. 우아하고 선한 얼굴 속에 풍기는 묘한 섹시함은 그가 악역을 연기해도 무방하게 만든다.
그리고 빼어난 발성과 세밀한 감정 표현 연기는 배우 수애의 장점 중에 장점이다. 안정적인 연기를 갖추고 있으니 그가 캐릭터를 바꿀 때마다 분위기가 확 바뀐다. 예전 캐릭터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변신할 수 있는 것은 탄탄한 연기력 덕분일 터다. 그래서 수애는 언제나처럼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고, 어떤 배역이든 소화해서 다양한 작품과 독한 캐릭터도 표현할 수 있다. 로맨스, 스릴러, 액션 등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작품을 통해 대중을 만나다보니 어느덧 데뷔 20년을 앞둔 톱배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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