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보면 크게 논란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는데 언제나처럼 은근 슬쩍 넘어가는 법 없이 즉각적으로 사과를 했다. 시청자들이 10년간 이 프로그램을 사랑한 배경에는 이 같은 소통과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엄청난 파급력을 올바른 방향으로 활용하는 겸허한 자세가 있기 때문일 터다.
‘무한도전’은 그동안 사과를 하는데 있어서 주저함이 없었다. 워낙 큰 인기를 누리는 까닭에 대다수의 프로그램들이 그냥 넘어갈 문제도 크게 확대되는 경향이 있었다. 억울할 법 하지만 제작진은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할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 길과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했을 때도, 지난 해 ‘홍철아 장가가자’가 여성 비하 논란으로 번졌을 때도 그랬다. 논란으로 잡음이 생길 때마다 정공법을 택했다. 제작상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에 있어서도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무한도전’은 ‘무한사과’가 됐다.
여기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우리 사회 책임지지 않는 숱한 사회지도층에 진절머리가 난 시청자들이었다. 거대한 문화 권력으로 성장한 ‘무한도전’이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겸손하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있게 해결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또 다른 요인으로 여겨진다.
이번 메르스 예방법 소개 관련 문제도 그랬다. ‘무한도전’은 19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한 염소 농가가 올린 글을 재전송했다. 국내 사육 염소는 메르스와 관계가 없다는 글이었다. 앞서 ‘무한도전’은 지난 13일 방송에서 무한 뉴스를 방송하던 중 전국민의 우려를 사는 메르스에 대해 다뤘다. 당시 유재석과 박명수는 정부가 내놓은 예방법이 실효성이 없다는 대다수의 국민 여론을 반영한 상황극을 만들었다.
바로 유재석이 “낙타, 염소, 박쥐의 접촉을 피하라”라고 말하자 박명수가 “어디서 낙타를 보느냐”라고 발끈한 모습이 전파를 탄 것. 정부의 메르스 대응법의 문제가 있다는 많은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준 대목이었다. 통쾌한 사회 풍자였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메르스로 인해 오해를 사고 있는 국내 염소 사육 농가의 곤란한 처지였다. 이를 절감한 제작진은 즉각적인 사과와 함께 후속 조치를 취했다.
‘무한도전’의 한 관계자는 19일 오전 OSEN에 “지난 방송 중 무한뉴스에서 메르스 예방법을 소개했다”면서 “정부에서 발표한대로 낙타, 염소, 박쥐의 접촉을 피하라는 예방법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다루는 접근이었는데 그럼에도 염소 등 가축 농가에 심적인 불편함을 드릴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염소를 비롯한 가축 농가가 메르스로 인해 행여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 재방송과 다시 보기에서 해당 부분이 들어가지 않도록 편집을 했다”라면서 “염소 농가 등에 걱정을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 행여나 피해가 되지 않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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