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광현(27, SK)이 SK의 기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삼성 타선을 상대로 역투를 펼치며 에이스의 역할을 새삼 떠올리게 했다.
김광현은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7탈삼진 2실점(1자책점) 역투를 펼쳤다. 비록 불펜 난조로 승리 요건은 날아갔지만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는 아무런 흠이 없는 투구 내용이었다. 적극적이었고 공격적이었으며 무엇보다 공에는 혼과 투지가 실려 있었다.
이날 경기는 김광현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여건이 겹쳤다. 모처럼 2연승으로 바람을 탄 팀의 기세를 이어가야 했다. 여기에 불펜 상황은 만산창이였다. 대전 한화 3연전에서 불펜 소모가 극심했던 SK였다. 전유수 문광은 윤길현 정우람이라는 필승조 투수들은 모두 연투를 한 상황이었다. 사실상 이날 꺼내 들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김광현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할 처지였다.

그런 기대치에 완벽하게 부응한 김광현이었다. 3회까지는 퍼펙트 피칭이었다. ‘칠 테면 쳐보라’라는 식으로 공격적인 승부를 하며 삼성 타선과 힘대결을 펼쳤다. 삼성 타자들도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김광현의 구위를 이겨내지 못했다. 3-0으로 앞선 4회 나주환의 실책에 이어 나바로에게 2점 홈런을 맞고 추격을 허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삼성의 수많은 찬스들을 무산시키며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5회에는 1사 후 이영욱 이지영에게 연속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후속타자들을 범타로 잡아내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6회에는 선두 구자욱에게 2루타, 나바로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1,2루에 몰렸다. 그러나 최형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이승엽을 병살타로 요리하고 삼성 벤치를 허탈하게 했다.
7회는 마지막 힘을 짜내 버텼다. 2사 후 이지영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김광현은 어려운 승부 끝에 김상수 박한이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에 몰렸다. 이날 첫 만루 위기였다. 그러나 구자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고 리드를 지켰다. 위기에도 동요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적극적인 승부를 했다. 구자욱을 삼진으로 처리한 뒤 포효하는 모습은 팬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그러나 SK 불펜은 힘이 빠져 있었다. 전유수 윤길현으로 이어진 SK 불펜은 8회 4점을 내주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팀으로서는 아쉬움이 진한 경기였다. 김광현도 9승 및 시즌 9연승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완전히 살아난 에이스의 모습에 한가닥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skullboy@osen.co.kr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