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금토드라마 '프로듀사' 아이유의 새로운 세계는 외롭지 않을 전망이다.
승찬(김수현 분)을 통해 헤르만 헤세 소설 '데미안'을 접한 신디(아이유 분)는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라는 구절처럼,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치열한 성장통을 앓는 중이다. 변대표(나영희 분)가 만든 세계에서 만들어진 이미지 안에 갇혔던 그가 외로운 싸움을 한다고 여겼던 가운데, 그가 가고 싶은 세계의 승찬과 준모(차태현 분)가 내미는 따뜻한 손을 보고 눈물을 펑펑 쏟는 모습은 큰 감동을 전했다.
지난 19일 방송된 '프로듀사' 11회에서는 신디가 벼랑 끝에 몰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변대표는 계약 만료를 앞둔 신디에게 사전 협의 없는 인터뷰를 강요, 신디의 거짓말을 들춰낸 것. 변대표는 14살 어린 신디에게 '스타는 동경의 대상'이라고 주입하며 부모가 미국 유명 대학교수에 음악가라는 설정을 만든 바 있는데, 이제 그의 입으로 직접 거짓말을 실토하게 하며 이미지를 깨부쉈다. 변대표에게 자신을 망가뜨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던 당당한 신디지만, 이번에는 변대표에게 꼼짝없이 당하며 눈물만 흘렸다.
'1박2일' 시즌5에 고정 출연 중이던 신디는 변대표의 세계에서 결국 날개가 꺾이자, 모두가 자신을 외면할 것으로 생각하며 강제 하차 수순도 자연스럽게 예상했다. 그는 승찬에게 "내일 아침이면 아마 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거예요. PD님이 그랬잖아요. 성장하려면 고통이 뒤따르는 거라고. 나 새로운 세계를 얻기 위해 조금씩 알을 깨어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려고요. 당분간은 볼수 없을 것 같아서 인사 남겨요"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하지만 신디가 예상 못 한 일이 벌어졌다. 준모와 승찬 등 '1박2일' 팀이 그에게 손을 내민 것. 텅 빈 집에서 불면증에 뒤척이다가 겨우 잠든 신디의 눈앞에는 '1박2일'의 짓궂은 잠깨우기 방법인 물뿌리기가 생명수처럼 쏟아졌고 승찬이 건네는 까나리는 이보다 감동적일 수 없었다. 신디의 침대를 둘러싼 '1박2일' 제작진은 "신디, 뭐해? 촬영가야지"라고 아무일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밝게 웃어 신디의 새로운 세계가 열렸음을 알렸다. 신디는 거짓말쟁이라는 새 이미지를 입었지만, 그의 곁에 승찬과 준모가 있어 더는 외롭지 않아 보였다.
'데미안'에서 아브락사스는 참과 거짓, 선과 악, 빛과 어둠 등 양극단을 포괄하는 신성으로 해석되고 있는데, 알을 깨고 나온 신디도 과거 미필적 고의에 의한 거짓말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지언정 그간의 계산된 이미지를 벗은 진짜 '신디'로 대중에게 다가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발판은 승찬, 준모 등 따뜻한 사람들이 만드는 리얼 버라이어티 포맷의 '1박2일'이기 때문에 신디의 진정성이 안방극장에 전달돼 악화된 여론을 뒤집을 것을 기대하게 한다. '1박2일'에 신디를 섭외하며 그의 이미지를 바꿔주겠다고 했던 승찬의 약속이 지켜질지도 관심을 끈다.
아티스트로 포장하지만, 상업 가수인 신디는 각종 광고와 행사, 방송 등에 출연해 끊임없이 자신의 만들어진 이미지를 연기할 수 밖에 없는 처지. 좋지 않은 사람을 연기하던 그는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이, 앞으로만 달리는 차 안에서 쪽잠을 자고 샐러드로 끼니를 떼우며 활동해왔음에도, 결국 이미지 하나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그의 불안하고 외로운 삶을 보여줘 시청자의 응원을 끌어내고 있다. 방송가를 배경으로 한 '프로듀사'가 가장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신디의 성장스토리는 네 남녀의 러브라인과 함께 시청자를 몰입하게 한다.
'프로듀사' 최종회는 오늘(20일) 오후 9시 1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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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