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극에서도 여진구와 설현의 ‘케미스트리’는 빛난다. 원작과는 다른 사극로맨스라는 장르가 여전히 ‘낯설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이를 모두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든든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사극 왕자 여진구와 청초한 설현이 만들어내는 호흡이다.
지난 19일 오후 방송된 KBS 2TV 금요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극본 문소산 연출 이형민 최성범 분)에서는 애절하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재민(여진구 분)과 마리(설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재민은 “보는 이들 눈이 무섭다”는 마리에게 "사람들 눈이 수천 개인들 너의 눈빛만큼 두렵겠느냐. 어찌하여 나를 보는 눈빛에 거리를 두는 것이냐"라고 섭섭해 했다. 이미 재민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마리에게 애정을 고백한 바 있는 상황.
재민은 “숨기고자 할 모양이구나. 너의 진심 말이다. 내가 너를 너의 천한 신분을 짐승에 빗대어 능욕했을 때 너는 가슴이 아팠다 했다. 그 연유를 아직도 진정 모르겠느냐. 마리 너는, 나를 사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분의 차를 뛰어넘어 마리의 진심을 물으며 적극적으로 다가간 것.
당황한 마리는 부인했지만 재민은 거듭해 “돌려 말하지 않겠다. 나 또한 그러하다. 내 마음 또한 그러하다. 세상 어떤 눈빛에도 무너질 내가 아니나, 낯설게 구는 너의 눈빛 앞에서 도저히 버틸 힘이 없다”며 사랑을 고백했다. 현실적으로 재민은 집안에서 정해준 정혼자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에 두 사람 앞에 펼쳐진 길이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때문에 마리는 “나리는 곧 혼인을 올리셔야 한다”고 재민을 밀어냈다.
하지만 결국 인연은 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부친과 다툰 후 자신의 삶을 의지적으로 개척해 나가기로 결심한 재민은 떠날 준비를 했고, 마리에게 두 사람이 자주 만난 숲 속 나무 아래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방 안에서 고민하던 마리는 재민과의 약속 장소에 뒤늦게 달려갔고 그 곳에서 재민을 만나 "떠나지 말라, 아무데도 가지 말라"고 진심을 표했다.
이어 재민은 마리에게 댕기를 선물하며, 백정이라 댕기를 드리울 수 없는 그에게 "나와 정혼하면 된다. 마리 네가 댕기 드리운 모습을 보고 싶다"고 청혼을 했다. 또 “지금 이 자리에서 어떤 오늘이라도 견뎌 낼 테니, 너는 내게서 그 눈빛을 거두지 마라. 약조한다. 앞으로 너와 함께 할 날들을 내가, 만들 것이다. 너를 추억으로 놔두지 않겠다”고 남자답게 고백했다.
사실 ‘오렌지 마말레이드’가 그려내고 있는 사극은 낯설기 짝이 없다. 현대극이었던 원작에도 없었던 설정일 뿐 아니라 조선시대의 어투만 사용할 뿐 마리, 재민이라는 이름을 비롯해 상황 설정들이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아 어색함을 준다. 그럼에도 이를 상당 부분 상쇄시키는 것은 두 배우의 어울림이다.
독보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여진구는 능수능란한 사극 말투와 감정연기로 재민이라는 인물을 위화감 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또 설현은 처음 해보는 사극임에도 불구, 자연스러운 감정 연기를 통해 보는 이들을 몰입시킨다. 아직 어린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사극 배경의 로맨스는 특유의 풋풋함을 배가시켜 보는 재미를 더해주기까지 한다.
한편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종족과 세기를 초월한 남녀의 달달하고도 애틋한 운명적 사랑을 그려낸 드라마다.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시즌2에서는 현재에서 300년 전 과거시점을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전생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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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마말레이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