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와 나영석 PD는 달라도 확실히 달랐다. 그들이 각각 연출한 MBC '무한도전'과 tvN '삼시세끼'는 그저 웃기는 데에만 온신경을 집중하는 게 아닌 힐링과 공익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이 왜 스타 PD가 됐는지를 또 다시 입증한 순간이었다.
◇ '무한도전'의 메르스 예방법…"어디서 낙타를 봐?"
먼저 '무한도전'은 지난 13일 방송에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하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다뤘다. 뉴스조차 신뢰를 주지 못하는 현 시점에서 '무한도전' 멤버들의 무한뉴스를 통한 메르스 예방법은,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
이후 '무한도전'은 국내 염소농가의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메르스 예방법을 다루던 과정에서 유재석과 박명수가 '정부가 내놓은 예방법이 실효성이 없다'는 여론을 반영한 상황극을 만들었던 게 원인이 됐다.
당시 유재석은 "낙타, 염소, 박쥐의 접촉을 피하라"고 말했고 박명수는 "어디서 낙타를 보느냐"고 응수했다. 정부의 메르스 대응법을 과감하게 꼬집은 것. 통쾌한 사회 풍자였지만 예상치 못한 데서 문제가 불거졌다. 바로 메르스로 인해 오해를 사고 있는 국내 염소 사육 농가의 곤란한 처지였다. 이를 절감한 제작진은 즉각적인 사과와 함께 후속 조치를 취했다.
'무한도전' 측은 OSEN에 "염소를 비롯한 가축 농가가 메르스로 인해 행여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 재방송과 다시 보기에서 해당 부분이 들어가지 않도록 편집을 했다"며 "염소 농가 등에 걱정을 끼쳐드린 점 죄송하다. 행여나 피해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사과의 목소리를 냈다.
◇ '삼시세끼'의 가뭄…"비야 이렇게 쏟아져라"
'삼시세끼'는 42년 만에 찾아왔다는 최악의 가뭄 상황을 전했다. 촬영중인 강원도 정선의 옥순봉 텃밭들이 말라죽어 가는 것을 이용해, 현재 대한민국에 들이닥친 가뭄에 대한 우려를 녹여낸 것.
시작은 각종 뉴스 화면을 활용했다. 앵커들이 심각한 모습으로 42년 만에 대한민국을 덮친 최악의 가뭄의 위기 상황을 전한 것. '땅이 갈라지고 작물들이 말라간다. 세끼집 텃밭마저도 자꾸만 말라가는데…'라는 자막은 '삼시세끼'가 촬영 중인 강원도 정선 옥순봉 역시도 이를 비껴갈 수는 없다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김광규와 이서진, 그리고 게스트 보아까지 모두 나서서 작물들이 심어진 밭 한가운데 스프링 쿨러 설치 작업을 땀 흘리며 진행했다. 옥택연은 직접 호스를 들고 비닐 하우스를 비롯해 세끼집 텃밭 작물들에게 물을 공급했다. '옥빙구가 내려주는 단비'로 표현됐지만, 이내 '정성껏 심어놓은 작물들이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바라며 비를 기다립니다'라는 자막은 '삼시세끼' 제작진이 가뭄을 바라보는 시선을 십분 전달해냈다.
뿐만 아니었다. 앞서 '무한도전'에 등장했던 것처럼 메르스로 인한 국내 염소 농가의 우려도 말끔히 씻어냈다. 세끼집 식구인 암염소 잭슨과 잭슨의 두 아이 펄과 다이아의 모습이 유독 화면에 자주 비춰진 것. 특히 평소 염소와 남다른 교감을 보였던 이서진은 이들의 울음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가하면 곁에서 쓰다듬고 염려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특별한 설명 없이도, 염소와 메르스의 연결고리가 없음을 보여줘 안심시키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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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삼시세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