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주진모가 마침내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었다. 꿀이 떨어지는 듯한 눈빛과 목소리로 평생을 첫사랑만을 바라보며 불러온 사랑꾼 캐릭터로 역대급 로맨틱함을 과시하며 여심을 사로잡고 있는 것.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극본 백미경, 연출 이태곤) 8회에서는 자신이 은동임을 깨달은 정은(김사랑 분)과 아슬아슬한 만남을 이어가는 은호(주진모 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주진모는 마침내 첫사랑을 찾았다는 기쁨과 그의 곁에 이미 누군가가 있다는 슬픔을 오가는 은호의 감정을 애절하게 표현해냈다.
극 중 은호는 수많은 여성팬을 거느린 톱스타지만, 그가 반응하는 여자는 오직 첫사랑 정은뿐이다. 그는 “같이 식사하고 싶다”는 정은의 짧은 문자에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곁에 있던 스타일리스트에게 “여자가 먼저 밥 먹자고 하는 건 무슨 의미냐”고 떠보기도 했다가, 곧장 집으로 달려가 드레스룸을 엉망진창으로 만들며 입고 나갈 옷을 고르기도 했다. 허둥지둥 하는 그 모습이 그야말로 사랑에 빠진 남자 그 자체였다.
20년이라는 긴 기다림은 그를 초조하게 만들기도 했다. 은호는 “왜 그 여자를 그렇게 못 잊는 거냐”며 모른 척 묻는 정은에게 “그 여자랑 잤다. 기억나냐. 내가 이야기 안한 것도 잘 알던데 이건 헷갈리냐”며 “그날 우리 둘이 죽도록 사랑했어요. 그 다음날도. 그리고 사흘 후에 아무 연락도 없이 사라졌어”며 처음으로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뒤돌아서려는 정은에게 “오늘 밤 남편이랑 자지 마라”고 말하는 낮은 목소리는 다시 순애보를 담은 돌직구였다.
이후에도 정은을 향한 은호의 팔불출 행각은 계속됐다. 그는 점심으로 냉면을 먹는 정은에게 “같이 먹자”며 자신 또한 냉면을 먹고 있다는 인증샷을 보냈다. 이로도 성에 차지 않은 은호는 주변에서 한심한 듯 바라보는 시선을 외면한 채 요리조리 ‘얼짱 각도’를 유지하며 정은에게 보낼 셀카 찍기에 전념했다. 그윽한 눈빛과 중저음의 목소리로 남자다움을 어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팔불출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사실 은호의 사랑꾼 연기가 폭발한 순간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정은이 일하는 의류 매장을 찾아간 은호가 사람들을 피해 탈의실에 숨어 있다가, 자신을 찾는 정은을 탈의실로 끌어당김과 동시에 벽 밀치기를 시도한 것.
정은에게 밀착한 채 복잡 미묘한 눈빛으로 "나 겁나냐. 겁 안 나지 않냐"라며 "은동이가 그랬다. 나랑 같이 있으면 이 세상에 무서울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겁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때 주진모는 순식간에 눈가에 고인 눈물과 진심을 담긴 목소리로 그리던 첫사랑과 재회한 은호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사랑하는 은동아’는 비록 KBS 2TV ‘프로듀사’, SBS ‘정글의 법칙’이라는 인기 프로그램과 방송 시간이 겹쳐, 상대적으로 화제성은 적지만 빠른 전개와 고전적인 매력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 주진모의 사랑꾼 캐릭터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억을 되찾은 김사랑과 본격적으로 로맨스를 그리며 또 어떤 로맨틱한 면모를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편 '사랑하는 은동아'는 20년간 한 여자만을 사랑한 한 남자의 기적 같은 사랑 이야기로, 한 여자를 향한 톱스타의 지독하고 순수한 사랑을 아날로그 감성으로 녹여낸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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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사랑하는 은동아'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