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예능국 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내며 회를 거듭할수록 높은 화제성을 발휘한 KBS 2TV 예능드라마 '프로듀사'가 시청률도 잡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5월 15일 첫 방송된 '프로듀사'는 12부로 기획돼 1달 반 동안 안방극장을 찾았는데, 극의 중심에 선 승찬(김수현 분)의 시선으로 그가 매일 성장하는 모습을 따라갔던 시청자들은 그가 PD라는 일에 진정한 흥미를 느끼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그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 수재이지만, 예능국에 발을 들이면서 '잉여인간' 취급을 받던 승찬은 매일 거듭되는 좌절감, 또 긴장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기조차 힘들어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는 이제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는 '1박2일 시즌5'의 예고편을 만드는 막내 PD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 같았던 자신을 버텨낸,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연과 사랑으로 행복했던 그의 봄을 되짚어봤다.
1회. 본의 아니게 예능국
승찬은 짝사랑하는 선배인 혜주(조윤희 분)를 따라 예능국에 입사했지만, 고백도 하지 못하고 차이며 '짠내' 가득한 눈물을 흘렸다. 혜주의 남자친구인 준모(차태현 분)를 향해 눈을 흘기며 물을 튀기는 것으로 복수를 하는 그의 모습이 소심하고 어리바리한 그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문콕'으로 엮인 예진(공효진 분)에게 OJT를 받은 그는 하루종일 예능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버라이어티한 예능국 일상에 적응하려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였다.
2회. 본의 아니게 하차통보
'1박2일 시즌4'가 문을 닫으면서, 신입PD인 그는 윤여정에게 하차 통보를 하는 중대한 일을 맡게 됐다. 하지만 승찬은 제대로 말을 전달하지 못해 결국 윤여정의 마음을 크게 상하게 했고, 준모가 나서 사과하며 상황을 수습했다. 준모는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그에게 "환영하지 않는다"라고 소리쳤다. 도무지 맞출 수 없는 준모와 예진의 변덕에 그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윤여정의 '수고했다'는 말에 힘을 냈다.
3회. 본의 아니게 닭 대신 꿩
'1박2일 시즌5'를 준비하는 자리. 승찬은 예능의 역사를 줄줄 읊어 예능계 '사마천'으로 등극했고 그의 믿을 만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진지한 아이디어는 국장 장인표(서기철 분)의 마음에 들며 짝짓기 콘셉트의 '1박2일 시즌5'가 시작됐다. 섭외의 프로세스를 모르는 승찬은 인기 가수 신디(아이유 분)를 새 멤버로 추천했고, 섭외를 해보라고 비웃는 준모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그는 특유의 진정성 넘치는 모습으로 신디의 호기심을 자극, 변대표(나영희 분)에게 '쌈마이'라는 돌직구를 날리면서 신디를 웃게 만들었다.
4회. 본의 아니게 그런 척
본격적인 '1박2일 시즌5'가 가동됐다. 승찬에게 호기심을 보이던 신디가 그에게 반하는 순간이었다. 승찬은 낙오된 신디와 이동하면서 그 어떤 순간에도 '니마이' 태도를 잃지 않아 신디를 괴롭게 했고, 결국 신디의 짜증이 폭발하던 순간 쏟아지던 비를 막아주는 커다란 손으로 신디를 '심쿵'하게 했다.
5회. 편집의 이해
승찬은 처음으로 '1박2일'을 편집하며 준모에게 "너 아무래도 ‘런닝맨’에서 보낸 X맨 같다"는 구박을 줄창 들었다. 그는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는 말에 자신의 얼굴이 TV에 나오는 것을 울며 겨자 먹기로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또 준모가 예진의 마음을 듣고도 리액션을 하지 않아 자체 편집했다는 것을 안 승찬은, 준모에게 “선배님이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편집했어도 원본은 남는다”고 말하는 당찬 모습을 보였다.
6회. 본의 아니게 대형사고
준모는 '1박2일' 시즌5 첫 방송에서 지역을 헷갈린 자막 실수로 방송사고를 냈는데, 이는 '하필'이 세 번 거듭된 결과라는 경위서를 냈다. 또 그는 예진이 자신에게 마음을 고백했던 것에 "사고라는 것은 하필이 세 번이면 일어난다"며 "그날 예진은 하필 열이 받았고, 하필 빈속이었다. 술이 잔뜩 취했으니 2차 말고 그냥 집에 가자고 해야 했다. 그런데 하필 나도 술이 당겼다"고 이들 사이에 발생한 사고의 경위를 독백하기도 했다. 승찬은 힘든 예진을 위로했다. 승찬은 예진이 눈물을 쏟으며 "너는 왜 꼭 내가 사고 치는 것만 보니. 가. 나 오늘 혼자 있게 해주라. 미안해"라고 말하자, “선배, 저도 죄송합니다. 저도 사고 칠 것 같아서”라고 로맨틱하게 고백하며 그를 품에 안고 위로해 안방극장을 설레게 했다.
7회. 언론플레이의 이해
신디는 무대에서 다리를 다치자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하려는 변대표를 피해 준모의 집에 잠적했고, 승찬과 함께 놀이공원을 찾아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놨다. 신디는 부모님의 죽음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승찬의 말에 위로를 받고 키스로 마음을 고백했다. 신디는 잠적한 삼일 동안 데뷔 후 처음으로 따뜻함을 느꼈지만, 변대표는 신디의 잠수와 관련한 비난의 화살을 예진에게 돌렸다. 승찬은 변대표의 언론플레이로 여론몰이 표적이 된 예진의 주변을 맴돌며 보호했다. 상황을 정리한 것은 신디. 그는 앙숙 케미를 보이던 그를 감싸는 글을 SNS에 올려 예진을 보호했다.
8회. 러브라인의 이해
승찬은 신디의 집에서 고아라와 함께 '1박2일' 절친 특집의 촬영을 끝낸 후 신디와 둘이 남았다. 그는 "고아라 씨가 절친이 아닌 거 같더라. 번호도 없고, 아무래도 회사에서 섭외를 해준 게 아닌가 싶다"며 "내가 결정할 일 아니지만, 오늘 촬영 콘셉트와는 맞지 않은 거 같다. 100% 진실하기 힘들다 해도 거짓말을 방송할 수 없지 않나"고 말을 꺼냈다. 이어 승찬은 "신디 씨가 연기를 워낙 잘하셔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친한 사이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라며 "솔직히 말씀드리겠다. 저는 신디 씨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신디 씨는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거 같다. 그래서 어느 순간엔 진심까지도 연기를 하게 돼버린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신디는 승찬이 자신의 마음을 거절한 것을 알아차리고 눈물을 쏟았다.
9회. 결방의 이해
'1박2일 시즌5'가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결방 사태를 맞았다. 그 자리에는 파일럿 프로그램 '스타워즈'가 대체 편성됐다. 이에 시간이 생긴 승찬은 예진이 이사를 하는 집에 먼저 가서 이사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승찬은 "좋아서 한다. 그런 거 좋아한다기보다 선배를 좋아해서 하는 일이다"라고 용기내 고백했다. 하지만 승찬의 말이 이성적인 감정이 실린 것이라는 것을 인지못한 예진은 "그럼, 나 좀 도와줘. '뮤직뱅크' 상반기 특집인데 다른 때 보다 무대가 많아서 다들 도와준다고 하더라. 결방이라 쉬는 애 불러내는 거 아닌가 해서 얘기를 못하겠더라. 그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후배인데 괜히 미안해가지고"라고 부탁을 했다. 자신의 말을 못 알아듣는 예진의 반응에 실망했던 승찬은 이내 "제일 좋아하는 후배"라는 말에 감동해 미소를 지었다.
10회. 예고의 이해
승찬이 예진에게 마음을 들켰다. 예진은 승찬의 집에 초대받아 갔다가 승찬의 인형 메시지를 듣게 된 것. 예진은 "선배가 보기에 아직 어리고 부족하고 어설프겠지만, 이런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이런 제 마음이라도 괜찮으시다면 선배 곁에 있고 싶다. 누가 저한테 그랬다. 진심을 잘 들키는 사람이라고. 남들에게 잘 들키는 제 진심이 선배에겐 들켜지지 않는 것 같다"는 승찬의 메시지에 놀랐다. 승찬은 예진이 자신을 불러내 "놀랐다"고 말하자 "선배. 그러니까,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예고는 된 거죠?"라며 "제가 살면서 처음 있는 힘을 다해 용기를 내서 고백할거라는 예고"라고 말한 뒤 키스했다.
11회. 시청률의 이해
파일럿 프로그램 '스타워즈'의 시청률이 두자리대를 기록하자 '1박2일'은 폐지 위기를 또 한 번 맞았다. 시청률에 의해 밀고 밀리는 파워 게임에서 '1박2일' 팀원들은 갈곳을 잃었다. 또 신디가 변대표의 계략으로 인해 거짓말쟁이가 되자, 윗선에서는 신디에 하차 통보를 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준모와 승찬 등 '1박2일' 팀원들은 신디와 함께 끝까지 촬영을 이어갔다. 방송을 강행해 신디의 이미지가 좋아진 것도, 시청률이 오른 것도 아니었지만, 한 번 결정했던 일을 밀고 나가는 이들의 의리와 책임감 있는 모습이 큰 감동을 안겼다.
12회. 장수프로그램의 이해
준모와 예진이 연인으로 발전했다. 25년 우정을 청산하고, 사랑을 시작한 것. 준모는 "우리가 어설픈 관계를 시작했다가 게으르고 미련한 나 때문에 네가 견디지 못하고 우리가 헤어지면 어떡하나. 그래서 오래 망설였다. 그런데 어디 안 가고 껌딱지처럼 내 옆에 붙어있어줘서 고맙다"고 진심을 전했고, 그렇게 준모와 예진은 포옹을 하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더불어 승찬은 1인 기획사로 활동을 시작한 신디를 마주쳤다. 승찬은 미소를 지으며 신디의 짐을 들고 방송국 안으로 들어가 이들의 설렘 가득한 미래를 상상하게 했다. 이제 말투에서 'PD스러움'이 묻어나고, '예고계 봉준호'라는 말을 들으며 우쭐하다가도 영수증 처리를 잘못해 "네가 이러고도 PD야?"라는 소리를 듣는 그는 방송국 귀신을 만나 '대박'을 예고한 만큼, 본의 아니게 시작된 그의 방송국 생활과, 그럴 줄 모르고 시작된 인연이 오래오래 계속될 것을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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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