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남자부터 순둥이까지 안방 잡은 남자들 [상반기 방송②]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6.22 07: 05

안방극장의 남자 주인공 트렌드가 확 바뀌었다. 몇 년 전만해도 빈틈 없고 이성적인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이 인기를 끌었다면 이제는 아니다. 좋아하는 여자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고, 제 목소리 하나 못내는 이른바 '순둥남'(순한 남자)들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여심을 공략하고 있다.
아무리 멋진 남자라도 사랑에 빠지면 찌질해지는 것인가. 기가 죽어 어깨가 처진 모습에 고분고분한 말투로 일관한다. 한마디로 없어보이는데 귀엽다. 남자들의 입장에서 인정하기 싫겠지만 여성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자존심 따위는 날려 버려야한다. 올 상반기 높은 인기를 끈 남자들을 짚어봤다.
■'차도남' 가고 '순둥남'이 왔다

안방극장의 대표적 '순둥남'은 KBS 2TV 금토드라마 '프로듀사'의 백승찬(김수현 분)과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의 박민준(이종혁 분)이다. 이들은 좋은 학벌에 출중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만하지 않다. 자존심은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프로듀사' 백승찬은 방송국 막내PD다. 새내기라서 그런지 하는 행동마다 어설프고 어리바리하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잘생김'이 묻어있지만 입만 열면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여자들의 모성애를 자극한다. 고백할 땐 화끈하다.
선배PD 탁예진(공효진 분)에게 "제대로 좋아하고 싶다. 내가 너무 서툴렀고 부족했고 급했다. 지금 컷 편집하고 다시 찍고 싶다"고 센스있게 고백한다.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캐릭터를 멋지게 만들어냈지만 이같은 돌직구식 고백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여자는 없을 듯하다.
 
'여왕의 꽃' 박민준도 그에 못지않게 순둥남이다. 대기업의 장남으로 남부러울 것 없고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로 냉철한데 레나정(김성령 분) 앞에만 가면 순둥이가 된다. 자신의 과거를 철저하게 숨긴 레나에게 마음을 준 후로는 무슨 짓을 하든 넓은 마음으로 받아준다. 어떻게 보면 찌질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그동안 드라마에서 만났던 까다롭고 능력있는 재벌이 아니다.
tvN '호구의 사랑' 강호구(최우식 분)도 막강했다.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마음이 가는대로 상대방에게 모두 퍼줬다. 팍팍한 세상에 아이딸린 미혼모마저도 보듬어 줄 수 있는 호구의 마음이 감동을 안겼다. 그의 순수한 사랑이 밀고 당기기에 능한 선수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어딘지 모자라보이지만 순정 100%인 이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드라마의 주 시청층이 20~50대 여성들이기 때문. 여성들이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성공하면서 사랑에 있어서도 '갑'으로 올라섰다. 현실을 반영함과 동시에 여성들이 드라마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픈 남자도 매력만점
착한 남자와 더불어 정신적 장애를 가진 '아픈 남자'들도 여성 시청자의 마음을 세차게 흔들었다. 다중 인격 장애를 소재로 한 MBC '킬미힐미'에서 신세기, 페리박, 안요섭 등 일곱 개의 인격을 가진 재벌 3세 차도현(지성 분)이 대표적 스타다.
도현은 번갈아가면서 시도때도 없이 불쑥불쑥 등장하는 여섯 명의 인격들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 허나 여성 시청자들은 박장대소했다. 지성이 각각의 인격으로 변신할 때마다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아서다. 신세기든 요나든, 지성은 어색함 없이 그 역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재벌 3세와 정신과 여의사(황정음 분)의 로맨스가 현실적이지 못했어도 섹시, 터프, 애교 등 도현의 매력은 셀 수 없이 많았다.
 
현재 방송 중인 SBS '가면' 최민우(주지훈 분)도 온전치 못한 남자. 대기업 회장 첩의 아들로 본처와 이복 누나에게 눈엣가시 같은 취급을 받아왔다. 돌아가신 친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많은 그는 비슷한 사람이나 생전 착용하던 목걸이만 봐도 홀린 것처럼 따라간다.
결벽증에 강박증, 물 공포심 등 온갖 정신병에, 짜증내고 생트집을 잡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지만 왠지 모르게 애정이 간다.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온 민우가 변지숙(수애 분)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했기 때문. 결혼을 비즈니스로 생각하던 민우가 지숙에게 신경을 곧추세우고 질투 어린 모습을 보이면서 부드러운 남자로 변모하고 있다. 민우를 표현하는 주지훈의 섹시한 자태에 몽환적인 눈빛은 덤이다.
■'뇌섹남'·'남사친' 끊임 없는 캐릭터 탄생
남자 캐릭터의 발전은 끝이 없다. 뇌가 섹시한 남자를 줄여 부르는 '뇌섹남'과 남자 사람 친구를 가리키는 '남사친'도 인기다.
뇌섹남은 주관이 뚜렷하고 언변이 뛰어난 지적인 남자를 가리킨다. 잘생긴 외모에 현명한 말과 행동을 하는 남자들에게 여성들의 마음이 기울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tvN 예능 '문제적 남자'의 전현무 하석진 김지석 이장원 랩몬스터 타일러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다. 이들은 다양한 문제를 풀면서 지적이고 스마트한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 가끔 엉뚱하고 허당기 가득한 이들의 모습에서 엄마 미소가 자연스럽게 번지기도 한다.
드라마 '가면' 속 민석훈(연정훈 분)도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말솜씨, 명석한 두뇌를 가진 뇌섹남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착한 남자지만 뒤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예상할 수 없는 나쁜 남자다. 그 좋은 머리를 써서 집안의 부와 명예를 유지하려 한다.
 
뇌섹남에 열광하는 것도 여성들의 성장과 맥을 같이한다. 지적이고 똑똑한 여성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똑똑한 남자들에게 열광하는 것이다.
'남사친'은 사귀지 않는 연인 같은 남자 친구다. 내가 갖기는 싫은데 남주기는 아까운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아무리 발전하려 노력해도 진전이 없을 경우에 그렇게 부른다. tvN 월화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서 백수지(서현진 분)에게 구대영(윤두준 분)은 남사친이었다. 그는 수지를 도와주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진정한 남사친의 좋은 예를 보여줬다.
KBS 2TV '후아유-학교2015'에서 고은별(김소현 분)을 향한 공태광(육성재 분)도 갖고 싶은 남사친으로 활약했다. 지속적으로 은별에게 마음을 고백했지만 결국 그녀가 한이안(남주혁 분)을 선택하면서 절친한 친구로 남게 됐다. '순둥남' '호구남' '뇌섹남' '남사친'에 이어 앞으로 어떤 캐릭터들이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purplish@osen.co.kr
KBS MBC SBS 제공 및 드라마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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