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예능드라마 '프로듀사'가 지난 20일 12회를 끝으로 차태현과 공효진의 사랑, 김수현과 아이유의 설레는 시작을 암시하면서 높은 관심 속 종영했다. '프로듀사'는 KBS 예능국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PD, 가수, 매니저 등 방송가 사람들의 진솔한 뒷모습을 조명해 회를 거듭할수록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SBS '별에서 온 그대' 박지은 작가가 그려내는 반전있는 캐릭터들은 인간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로 시청자를 몰입하게 했다. 신입사원부터 예능국 조직의 꼭대기에 있는 국장까지, 직장 내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낸 '프로듀사'의 반전 캐릭터를 짚어봤다.
#신입PD 백승찬(김수현 분). 니마이vs쌈마이
어리바리한 눈빛으로 예능국 조직에 첫발을 디딘 그는 서울대 법학과 출신다운 분석력을 자랑했다. 그에게는 예능계 사마천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을 정도. 하지만 선배들의 말을 한번에, 찰떡같이 알아듣지 못하는 융통성 없는 '니마이' 성격이 선배들의 짜증을 유발해 그의 자신감을 하락시켰다. 테이프를 지워오라는 말에 내용이 아닌 라벨을 지우거나, 말하지 말라는 말에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도 입을 꾹 다무는 그의 모습은 준모(차태현 분)의 신경을 긁으며 그의 험난한 예능국 생활을 보여줬다. 하지만 술만 취하면 풀린 눈으로 보이는 것 없이 반말을 일삼는 엄청난 주사를 보이는 그의 내면의 '쌈마이'는 최종회에서 예진(공효진 분)의 주사까지 결합한 주사 종합선물세트로 웃음을 안겼다.
#8년차PD 탁예진(공효진 분). 쌈닭vs허당
남자들이 주도권을 잡은 예능국 내에서 무시당할까봐, 인정받지 못할까봐 여린 내면을 숨기고 뭐든지 꼬아듣고 먼저 성질을 내던 예진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예능국에서 버티며 '센 여자'가 됐다. 메인 연출을 맡은 '뮤직뱅크'에 출연하는 가수, 매니저들과 효율적인(?) 협업을 위해 욱하고 보는 그의 스타일은 과격하지만 실속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 술에 취하면 극단적인 애교 주사를 보여주던 예진의 여린 속내를 승찬이 발견하면서, 그의 허당 매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눈치가 너무 없어 자신이 좋아하는 25차 친구 준모의 진짜 마음도 쉽사리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의 허당스러운 면모는 배우가 지닌 '공블리' 이미지가 더해져 예진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또 신디(아이유 분)를 위해 밤을 꼴딱 새우며 수십개의 테이프를 뒤져 촬영 원본을 찾아낸 그의 의리 있는 모습은 예진의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완성했다.
#10년차 톱가수 신디(아이유 분). 얼음vs어른
어린 나이에 데뷔해 23살에 정점에 오른 '얼음공주' 신디는 내려갈 일만 남은 톱가수. 소속사 대표인 변미숙(나영희 분)이 만든 세계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를 연기하며 정상의 자리를 지키던 그에게는 진심조차 연기한다는 악플과 싸가지 없다는 꼬리표가 언제나 따라붙었다. 하지만 '1박2일' 승찬을 만나면서 그의 의외성에 흥미를 느끼고, 그의 영향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점차 가식을 벗기 시작한 그는 연예계 생활 10년 만에 만난 따뜻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변대표의 세계를 깨고 나올 용기를 얻었다. 변대표와의 싸움을 끝내고, 1인 기획사 생활을 시작하며 진짜 세상을 맛본 신디.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보다 더 인간적인 매력을 보이며 새로운 행보를 시작한 신디는 보는 이들에게 응원을 이끌어냈다.
#변엔터테인트 대표 변미숙(나영희 분). 마녀vs엄마
물건이다 싶은 아이는 어떻게든 자신의 손에 넣어 최고의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엔터계 마녀. 그는 신디를 최고로 키우기 위해 자신의 상품이던 유나를 치워버리고 그 자리에 신디를 앉혔다. 모든 건 숫자로 연결되며 신디를 위해서라면 경쟁 가수든 작가든 PD든 찍어누르는 게 일상이다. 그런 변대표의 횡포에 방송가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 변대표는 신디를 자신의 옆에 묶어두기 위해 고아가 된 신디의 엄마가 되기를 자처했지만 그가 등을 보이자 가차없이 칼을 꽂았고, 신디가 반격에 성공하며 이들은 결별 수순을 밟았다. 변대표는 떠나는 신디에게 "10년 동안 네가 빛나는 게 좋았다"면서, 신디를 진짜 딸로 생각했다는 고백을 전했다. 사랑하는 딸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던 엄마의 마음만은 진심이었던 셈. 신디는 그런 변대표의 방법이 잘못됐다면서, 사람들이 왜 그를 떠나는지 되돌아보라고 부탁했다.
#열린음악회 PD 김홍순(김종국 분). 야심가vs사랑꾼
예능국의 야심, 소심, 점심 가운데, 홍순은 '야심'을 담당했다. 인생의 목적이 뚜렷하다. 윗사람 눈에 들어 안전한 라인을 타는 것. 그는 눈치 보기와 의전으로 승부를 보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는데, 행정실 직원 고양미(예지원 분)을 만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매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반전 있는 여자, 양미의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에 빠진 홍순은 사장과 예능국장, 부장이 함께 한 인생을 건 술자리에서 불꽃 의전으로 사장의 눈에 들려던 찰나, 양미의 메시지에 자리를 박차고 그가 있는 떡볶이 집으로 달려갔다. 자신이 버리고 온 것에 대해 투덜거리면서도 양미가 그저 좋은 사랑꾼 홍순의 모습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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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