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사’표 해피엔딩의 이해 [종영①]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5.06.21 06: 35

완벽한 해피엔딩이었다. 개연성으로도, 사랑의 작대기로도 군말 하나 나오지 않는 만족스러운 마무리다. 끝까지 두 마리 토끼를 놓지 않았다. 예능국 사람들의 ‘리얼’한 이야기를 그려내겠다고 했던 처음의 취지와 시청자들을 들었다놨다했던 러브라인까지, 많은 이들의 노력이 뭉쳐 탄생한 이 드라마는 끝까지 균형 잡힌 이야기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드라마 '프로듀사'(극본 박지은 연출 표민수 서수민)에서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준모(차태현 분)와 예진(공효진 분)은 연인으로 맺어졌고, 각기 시련을 겪은 승찬(김수현 분)과 신디(아이유 분)는 한 층 성장한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에 섰다. 특히 두 사람의 관계는 ‘썸’의 가능성이 보여 이 커플을 응원했던 팬들에게도 호응을 받았다.
일단 개연성의 면에서 흠잡을 데 없이 자연스러운 결말이 돋보였다.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준모와 예진은 오랜 친구 관계를 청산하고 솔직하게 서로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표현했다. 예진을 위해 가로등 불을 고쳐달라고 동사무소에 끊임없이 민원을 냈던 준모는, “왕모기를 잡아 달라”는 한밤중 예진의 부름에 투덜거리면서도 금새 달려가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솔직한 고백은 이날의 백미.

준모는 “학교 다닐 때 네가 공부를 너무 잘해서 나는 힘들었다. 너랑 같은 대학 가야돼서. 네가 갑자기 무슨 방송국 PD된다고 해서 그것도 귀찮았다. 팔자에도 없는 언론고시를 준비를 해야 해서. 귀찮고 힘들었다. 그렇게 나는 널 쫓아다녔다. 그런데 내 인생의 반 넘게 널 쫓아다니면서도 몰랐다. 내가 널 쫓아다닌 게 습관이 아닌 게 사랑이었다는 걸”이라고 고백했고, 그렇게 예진과 연인으로 발전했다.
송해의 등장과 이를 장수프로그램의 이해라는 주제, ‘1박2일’의 생존, 준모·예진의 관계로 연결시킨 부분에서는 박지은 작가의 노련한 필력이 돋보였다.
이날 송해는 ‘1박2일’의 자료 영상을 위해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 35년 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해 온 그는 방송 말미 “처음부터 장수 프로그램이 될 줄 몰랐다. 장수 프로라는 것은 처음부터 오래갈 줄 모르고 한 번 내가 ‘땜빵’으로 뛰어서 해볼까, 그렇지 않으면 잘 안되면 접지, 하는 프로가 장수가 될 때가 많다. 30~40년 전부터 오래 갈 거다, 이렇게 시작되는 게 없다”고 말한다.
이는 다시 6개월 간 생존에 성공한 ‘1박2일’과 준모·예진 커플의 상황에 빗대어 이해해 볼 수 있는 말이었다. 7년이 넘게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지켜온 ‘1박2일’이나 일생의 대부분을 절친한 친구로 살아온 준모·예진이나 이토록 오랫동안 방송 기간이나 관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건 매한가지. 그러나 그렇게 세월을 버텨오며 무시 못 할 추억의 두께가 쌓였고, 이는 현재 이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돼주고 있다. 이처럼 ‘프로듀사’는 매회 인물들의 상황과 관계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었고, 이런 특징이 드라마에 완결성을 부여했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는 끝까지 예능드라마다운 웃음을 놓치지 않는 미덕을 보여줬다. 마지막 회에서는 승찬의 주사 장면이 대표적. 승찬은 송해의 인터뷰를 하러 갔다가 대선배의 술을 거절하지 못해 끝내 만취 상태가 되는데 돌아와 준모를 “라준발이”라 부르며 “승찬이 2차 가고 싶어요”라고 예진의 흉내를 내는 모습이 큰 웃음을 자아냈다. “닭똥집이 먹고 싶다”며 준모의 입에 입맞춤을 하는 장면은 ‘프로듀사’가 만든 ‘역대급’ 코믹 신이 될 듯하다.
더불어 아이돌 스타와 기획사의 관계를 다룬 신디와 변대표(나영희 분)의 관계도 보기 좋게 정리가 됐다. 예진은 출생의 비밀을 숨긴 거짓말쟁이로 여론몰이의 희생양이 된 신디를 위해 밤새 자료를 찾아 그의 결백을 증명했다. 과거 신디가 방송에서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 솔직히 말했던 부분의 원본 테이프를 찾아 ‘연예가중계’를 통해 공개한 것. 결국 변대표는 신디를 놔줬고, 신디는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변대표에게 “엄마도 버려질까봐 두려워하지 말라, 불공정한 계약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옆에 붙잡아두기엔 한계가 있다”고 진심어린 충고를 했다.
이처럼 ‘프로듀사’표 해피엔딩은 억지스럽지 않았다.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었지만 보는 이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깨닫게 하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주인공들은 한 층 더 성장했고, 마지막에 웃었다. 이보다 더 좋은 해피엔딩을 또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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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사'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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