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 멤버들이 여자사람친구와 우정여행을 떠나 남녀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내는 가운데, 금토 드라마 '프로듀사'에서는 먼저 답을 내린 듯 하다.
지난 20일 종영한 '프로듀사'의 마지막회에서는 준모(차태현 분)가 예진(공효진 분)에게 드디어 마음을 고백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준모는 예진이 자신에게 우정 이상의 감정을 품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아무 리액션을 하지 않아 그의 고백을 자체 편집한 바 있다. 그는 25년 우정을 지키기 위해 끝을 알 수 없는 사랑을 외면하려 했던 것. 하지만 애써 외면하려해도 감출 수 없던 이들의 마음은 본의 아닌 사내연애의 시작을 알렸다.
준모는 저돌적인 승찬(김수현 분)으로 인해 위기감을 느꼈다. 승찬이 예진의 곁인 자신의 자리를 침범하자 결국 직접 나섰던 것. 언제나 우유부단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결단력을 보이지 못했던 준모는 마지막 고백의 기회를 준 예진 앞에 "학교 다닐 때 네가 공부를 너무 잘해서 나는 힘들었다. 너랑 같은 대학 가야돼서. 네가 갑자기 무슨 방송국 PD된다고 해서 그것도 귀찮았다. 팔자에도 없는 언론고시를 준비를 해야 해서. 귀찮고 힘들었다. 그렇게 나는 널 쫓아다녔다. 그런데 내 인생의 반 넘게 널 쫓아다니면서도 몰랐다. 내가 널 쫓아다닌 게 습관이 아닌 게 사랑이었다는 걸"이라고 고백했고, 예진과 연인으로 발전했다.
특히 극중 준모가 '1박2일 시즌5' 메인PD인만큼, KBS 간판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 현재 '1박2일 시즌3'에서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진짜 친구가 가능할까, 라는 난제 위에 펼쳐지는 우정 여행으로 큰 웃음을 선사 중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프로듀사'는 25년 우정이라는 쉽지 않은 관계가 어느 순간 사랑의 단계에 진입하는 자연스러운 과정과 설렘, 고민 가득한 이들의 모습을 진지하고도 코믹하게 그려내 시청자를 함께 생각하게, 응원하게 만드는 저력을 발휘했다.
또한 이날 등장한 송해가 12회의 '장수프로그램의 이해'라는 타이틀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 준모·예진의 상황, 또 폐지설을 딛고 기회를 얻은 '1박2일'의 상황을 응원해 감동을 안겼다. 35년 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해 온 송해는 '1박2일' 인터뷰를 하며 "처음부터 장수 프로그램이 될 줄 몰랐다. 장수 프로라는 것은 처음부터 오래갈 줄 모르고 한 번 내가 '땜빵'으로 뛰어서 해볼까, 그렇지 않으면 잘 안되면 접지, 하는 프로가 장수가 될 때가 많다. 30~40년 전부터 오래 갈 거다, 이렇게 시작되는 게 없다"고 말한 것.
이처럼 매회 하나의 주제를 정해놓고 방송국이라는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룬 '프로듀사'는 12회로 막을 내려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5월 15일 첫 방송된 '1회. 본의 아니게 예능국'부터, '2회. 본의 아니게 하차통보', '3회. 본의 아니게 닭 대신 꿩', '4회. 본의 아니게 그런 척', '5회. 편집의 이해', '6회. 본의 아니게 대형사고', '7회. 언론플레이의 이해', '8회. 러브라인의 이해', '9회. 결방의 이해', '10회. 예고의 이해', '11회. 시청률의 이해'에 '12회. 장수프로그램의 이해'까지, 한달 반 동안 일과 사랑 모두 열심이었던 준모, 예진, 승찬, 신디(아이유 분)를 중심으로 한 이들의 이야기는 13회를 기다리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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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