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상반기 지상파 3사는 케이블, 종편 등으로 빠진 시청자들을 다시 끌어 모으기 위해 대대적인 포맷 개편에 나섰다. 수많은 파일럿 프로그램이 방송돼 반응이 좋으면 새롭게 정규 편성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차 없이 사라졌다.
그 결과 요리하는 방송, 가면 쓰고 노래하는 경연 프로그램, 인터넷 생방송이라는 신선한 포맷들이 남았다. 이는 지상파는 고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신선하고 젊은 감각을 가졌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고정 시청층인 40·50대 중년층뿐만 아니라 10대부터 30대까지의 청년층을 유입하는데 성공했다.
# ‘육아 예능’ 가고 ‘요리 예능’ 왔다
한동안 뜨거웠던 ‘육아 예능’의 인기가 다소 주춤해지자, ‘요리 예능’이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최근에는 ‘쿡방(Cook+방송)’,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 등의 신조어들이 생겨날 정도로 그 인기가 심상치 않다.
케이블 방송에서 tvN ‘집밥 백선생’,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올리브TV ‘한식대첩’ 등 요리라는 그 자체가 주가 되는 방송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면, 지상파는 기존의 방송 포맷에 요리라는 소재를 자연스럽게 녹여 익숙함과 재미를 모두 잡는 방식을 택했다.
SBS '스타킹‘은 요리 예능의 중심에 서있는 백종원을 스페셜 MC로 투입한 ’4대천왕-명가의 비밀‘ 특집을 통해 전국의 4대 중식 명인이 자신만의 비법으로 각종 중식을 요리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최고의 재능을 가진 1등을 뽑는 서바이벌이라는 ’스타킹‘ 본래의 취지를 잊지 않고, 완성된 요리를 20인의 시식 평가단에게 맛보인 후 최고의 명인을 뽑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토크쇼인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도 ‘쿡방’ 열풍에 동참했다. 장장 5년 동안 고수하던 1인 토크쇼 방식에서 벗어나 이경규, 김제동, 성유리 3MC들이 각자 초대한 스타들과 만나 각 지역의 맛집을 찾아 떠나는 모습이 그려진 것. 또한 지난 15일 방송에는 셰프 특집으로 최현석과 이연복을 초대해 토크쇼와 어우러진 요리쇼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쿡방 신드롬’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KBS는 지난 18일 대한민국 단 한 개의 레시피를 찾아 상품화에 도전한다는 기획의 파일럿 프로그램 ’대단한 레시피‘의 마지막 방송으로 정규 편성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며, MBC와 SBS 또한 기존의 프로그램 포맷에 요리를 접목시키는 시도를 이어갈 분위기다.
# 노래 경연 지겨워? 그래도 죽지 않는다...‘복면가왕’
요즘 연예인들 사이에서 MBC ‘복면가왕’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기나긴 줄을 서야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앞서 ‘복면가왕’에 출연한 스타들이 하루사이에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유명세를 치르고 있기 때문.
그렇다면 ‘복면가왕’이 대중뿐만 아니라 연예인들에게까지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복면 속 정체’다. ‘복면가왕’은 그 제목처럼 출연자들에게 복면을 씌운 채 나이, 신분, 직종을 숨긴 채 목소리만으로 실력을 뽐내도록 했다. 출연자들은 입구에서부터 가면을 쓰고 들어가서 대기실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 못하게 한다고 전했다. 심지어 ‘복면가왕’을 통해 큰 주목을 받았던 산들은 "대기실에 감금을 시켜서 우울증 걸릴 뻔 했다“고 말할 정도.
바로 이와 같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저한 보안 덕분에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복면 속 정체를 맞추는 재미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자신이 상상했던 인물이 복면을 벗고 등장해도 감동이고, 예상과 다른 반전의 인물이 나와도 짜릿하다.
다소 인지도가 낮은 연예인을 위주로 한 캐스팅 또한 다른 노래 경연 프로그램들과 차별화된 점이다. ‘복면가왕’의 캐스팅 기준은 오직 노래이기 때문에 그간 좀처럼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장석현, 권인하, 선우 등 실력파 가수들의 모습도 어색함 없이 볼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보는 인물들의 실력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고 출연자들은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감동인,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방송이다.
사실 노래 경연이라는 포맷의 프로그램은 이미 차고 넘친다. 하지만 ‘복면가왕’이 신선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계속 진화하기 때문이다. 나이부터 성별까지 예측할 수 없는 캐스팅에 무대에 몰입을 더하는 제작진의 화려한 연출이 더해지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한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방송만 했다하면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하는 ‘복면가왕’이 앞으로 또 어떤 반전을 선사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 방송가는 지금 포맷 전쟁 중...‘마이 리틀 텔레비전’
지금 방송가에서는 때 아닌 포맷 전쟁이 한창이다. 쉽게 질리고 흥미를 잃는 시청자들의 높아진 입맛을 맞추기 위해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
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는 프로그램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이다. ‘마리텔’은 기존의 TV 스타들과 사회 각층에서 전문가들까지, 특별히 선별된 스타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직접 PD 겸 연기자가 되어 인터넷 생방송을 펼치는 1인 방송 대결을 펼치는 구성이다.
인터넷 방송이 유행한지는 꽤 됐지만, 이를 방송에 접목시킨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생방송이기 때문에 출연자들의 실수나 일부 네티즌의 악의적 댓글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마리텔’ 제작진은 이러한 변수마저 또 다른 재미로 승화하는 구성 능력으로 매번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타BJ들의 방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활약하는 점 또한 눈에 띈다. 특히 백종원의 음식을 직접 맛보는 역할을 맡은 일명 ‘기미작가’는 광고 제의를 받을 정도로 방송 안팎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요리, 마술, 운동 등 여러 가지 킬러 콘텐츠에 특성화된 출연자들도 ‘마리텔’의 인기에 한몫한다. ‘고급진 레시피’라는 주제로 방송 중인 백종원은 재치 있는 입담과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요리 비법을 공개하며 ‘마리텔’ 내 부동의 시청률 1위를 자랑하고 있으며, 지난 20일 첫 등장한 마술사 이은결이 풍부한 표정 연기와 재기발랄한 마술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연일 뜨거운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마리텔’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기존 출연진에 새로운 멤버들을 투입하는 로테이션 방송을 택하며 신선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이처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포맷으로 파일럿 당시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마리텔’ 덕분에 하반기 또한 치열한 포맷 전쟁이 벌어진 것으로 예상된다.
jsy901104@osen.co.kr
각 방송사 화면 캡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