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모를 일이다. 데뷔 16년차 래퍼 버벌진트가 의도치 않은 웃음으로 차세대 예능 블루칩 후보로 떠올랐다. 특유의 진지한 태도와 표정 뒤로 빈틈을 보이는 ‘허당’ 매력으로 보는 이들의 웃음보를 자극한 것. ‘런닝맨’ 한 회 출연만으로 ‘버벌이’, ‘버벅진트’ 등 다양한 별명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은 '고교허세왕'이라는 콘셉트로 힙합 가수들을 초대해 레이스를 가졌다. 이날 게스트로는 제시, 은지원, 산이, 박재범, 버벌진트가 출연, 유재석과 함께 '힙합동아리 팀을 이뤄 지석진과 김종국, 하하, 송지효, 이광수, 개리의 운동부 팀과 맞대결을 펼쳤다.
'고교허세왕'이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교복을 입고 등장한 이들은 처음부터 허세를 부리며 기싸움을 펼쳐 웃음을 자아냈다. 힙합스러운 제스쳐와 표정으로 대결을 펼친 것.
다양한 예능 경험으로 다져진 은지원, 떠오르는 대세 제시, 누구보다 핫한 뮤지션 박재범과 산이가 활약을 펼쳤지만,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장악한 이는 바로 버벌진트였다. 다소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거리감이 생길 뻔했는데, 의외의 허당 매력으로 마음을 열게 만들었다. 유재석은 그를 ‘버벌이’라고 부르며 그의 친근한 매력을 이끌어내는데 공을 세웠다.
‘버벌이’의 매력은 팀별 미션을 수행하면서 뿜어져 나왔다. 서울대출신의 엘리트로 소개됐지만 게임 허당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것. 스피드를 요하는 릴레이 미션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준비하는 버벌진트. 많은 이들이 기대를 걸었지만, 그는 말도 안 돼는 총총걸음으로 느릿느릿 움직여 황당한 상황을 만들어냈고, 멤버들은 폭소했다.
게임에서 패한 뒤 유재석은 “버벌이, 너 너무 느려. 난 진짜 너 달팽이인 줄 알았다”고 버럭 화를 냈고, 다른 멤버들은 “버벅진트 아니야? 버벅진트?”라고 되물어 웃음을 더했다.
그의 허당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회용 컵을 입김을 이용한 압력으로 잡아야 하는 미션에서 제대로 이를 이행하지 못하고 3초 만에 컵을 놓치는 등의 모습을 보인 것. 재게임이 선언됐지만 끝까지 컵을 흡입하지 못해 결국 은지원과 교체돼 웃음을 샀다.
그간 '음유시인'으로 불리며 진지한 자세로 음악에 임해온 그이기에 이날 방송에서의 반전매력이 더욱 큰 임팩트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비록 팀에는 민폐를 끼쳤지만 시청자들에게는 큰 웃음을 선사하며 맹활약한 셈이다.
이 같은 매력을 보여준 것은 앞으로 그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의외의 허당기 있는 ‘민폐 캐릭터’로 다양한 예능에서 러브콜을 받는 기회가 늘지 않을까. 어쨌든 대중과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열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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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런닝맨'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