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김)대우도 대기해".
21일 목동 LG전을 앞두고 염경엽 넥센 감독은 선수단을 모았다. 염 감독의 머릿속 계산에 있어 이날 경기는 시즌의 한 전환점이었다. 이날 경기를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4회에도 필승조가 나갈 수 있다. 19일 45개 던진 대우도 대기한다.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염 감독은 자신의 말대로 선발 한현희가 믿음직스럽지 못하자 5회 무사 1루에서 바로 한현희를 빼고 김영민을 투입했다. 투구수 100개 전까지는, 특히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선발을 되도록 내리지 않는 염 감독으로서는 이례적인 작전이었다. 염 감독은 5회말 박동원에게도 희생번트를 지시하며 적극적으로 경기를 지휘했다.

염 감독의 전략은 9회 빛났다. 2-3으로 뒤져 있던 넥센은 8회 1사 후 나온 박병호의 극적인 홈런으로 3-3 동점을 맞췄다. 9회 선두타자 서건창이 2루타로 출루하자 윤석민에게 희생번트를 주문했다. 어차피 넥센에 필요한 것은 한 점이었다. 1사 3루의 상황에서 박동원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때 LG는 분주하게 야수들이 움직였다. 좌익수 박용택이 1루까지 왔다. 공이 내야를 뚫지 못하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내야에만 5명의 야수와 투수가 지켜섰다. 그러나 그 전에 염 감독은 박동원을 불러 "초구 스퀴즈"를 지시했다. 박동원은 침착하게 공을 굴렸고 발빠른 대주자 유재신은 홈으로 몸을 던져 끝내기를 알렸다.
염 감독은 경기 후 "지면 승패 마진이 +6이고 이기면 +8이기 때문에 오늘이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6은 5에 가깝고 8은 10에 가깝지 않나. 우리 팀이 +5를 보고 가게 하기 싫었다"며 이날 경기에 승부 근성을 드러냈던 이유를 밝혔다. 염 감독은 이어 "어려운 경기였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월별 승률 목표를 정하고 발표된 일정으로 선발 투입 간격까지 계산해놓을 정도로 치밀한 염 감독이지만 야구는 결국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이날 꼭 잡고 싶었던 감독의 간절함이 전해졌는지 넥센 선수들은 이날 지던 경기도 질 것 같지 않은 마음으로 뒤집으며 감독에게 +8의 마진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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