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국과 장나라가 주연으로 나선 한국형 수사물, '너를 기억해'가 첫 선을 보였다.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이 각 인물들을 한 곳으로 모은 가운데, 극 전체를 관통하는 과거의 묵직한 이야기가 힘있게 던져진 ‘너를 기억해’는 살아있는 캐릭터의 향연 속 세련된 대본과 연출로 호평을 끌어냈다.
지난 22일 방송된 KBS 2TV 새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 1회에서는 까칠한 프로파일러 이현(서인국 분)과 엘리트 수사관 지안(장나라 분)이 사건 현장에서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미국에 있던 이현은 누군가 자신에게 ‘초대장’을 보낸다고 생각해 아버지와 동생을 잃은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곳에서 자신을 20년 동안 스토킹했던 지안과 재회했다. 하지만 이현은 지안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 이들이 어떤 인연으로 엮였을지 궁금증을 높였다.
또 어린 이현이 프로파일러였던 아버지 중민(전광렬 분)으로부터 잠재적 살인마라는 판정을 받고 감금됐던 일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중민은 싸이코패스 준영(도경수 분)을 관찰하면서 “악은 평범함 속에 숨어있다”고 이현에게 말해왔는데, 이현이 준영과 닮은 모습을 내비치자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던 것. 중민은 이현이 동네에서 없어지는 개를 죽였다고 오해하는 등 준영의 계획대로 그의 머릿속에 이현을 향한 의심을 키워가면서 결국 그를 싸이코패스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현 또한 준영에게서 “아빠는 널 믿니? 태어날 때부터 괴물인 사람이 있고, 누군가 괴물로 불러서 괴물이 된 사람도 있다. 아빠는 널 어떻게 부르니. 어떤 눈으로 봐?”라고 말했기 때문에, 어린 이현은 아빠가 자신을 잠재적 괴물로 생각하자 큰 상처를 받았다. 이후 성인이 된 이현은 감정을 배제하고 오로지 자신의 눈과 머리로 보고 생각한 것만 믿는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성격을 보였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는 까칠함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겼다.
특히 어린 이현과 성인 이현을 오가는 자연스러운 연출, 이현이 남다른 분석력으로 사물을 바라볼 때 그의 머릿속에 지나가는 빠른 생각들이 화면에 시각화되면서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였다. 뭔가에 골똘히 집중하는 이현에게 포커스를 고정하고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연출되는 배경은 이현의 복잡한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수사극 ‘너를 기억해’의 독특한 지점을 설명했다. 또한 빠르게 쏟아지는 이현의 대사는 끼어들 틈 없이 정교해 감탄을 자아냈고, 준영이 내뱉는 의미심장한 대사는 행간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며 긴장감을 더했다.
이는 이미 입증된 명콤비가 선보이는 수사물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난 2012년 KBS 드라마 스페셜 '친구 중에 범인이 있다'로 호흡을 맞췄던 노상훈 감독과 권기영 작가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숨어있는 복선, 함축적인 대사 등으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수사 단막극의 수작이라는 평을 들은 바 있다. 이들이 다시 한 번 그려나가는 한국형 수사물은 빠른 리듬감을 유지하지만 친절하게, 어렵지 않지만 싱겁지도 않게, 묵직한 사건을 밀고 나가는 저력을 발휘했다.
물론 이는 서인국과 장나라의 이해도 높은 연기력이 있기에 더욱 빛날 수 있었다. 서인국은 이현의 탁월한 분석력, 자신감, 까칠함 등을 무표정으로 일관하면서도 섬세한 손동작과 등연기 등 온몸으로 이현의 캐릭터를 연기해 합격점을 받았다. 장나라는 엘리트 수사관 지안을 연기하며 사건 현장에서의 카리스마는 물론, 특유의 러블리한 미소로 허당스러운 매력을 풍겨 웃음을 안겼다. 장나라는 커다란 눈으로 서인국을 쏘아보면서도, 이들 사이에서 피어오를 로맨스의 달콤한 향기를 물씬 풍겼다.
‘너를 기억해’는 자신의 친아버지가 내린 잠재적 살인범이라는 판정을 낙인처럼 짊어지고 살아온 한 남자와 그런 그를 의심하고 관찰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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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억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