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흐름은 기-승-전-진중권 교수로 흘렀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진중권 교수가 양쪽으로 팽팽하게 나뉜 G12의 의견을 정리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 토론가의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다.
지난 22일 오후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은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안건을 상정해 G12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이처럼 전쟁과 평화라는 거창한 주제가 정해지게 된 것이다. 한국어에 능통한 이들은 세계사에도 강했다. 알고 있는 역사를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주장해나갔다. 전쟁 발생 가능성을 묻는 1차 표결에서 대표들은 장위안 일리야를 포함한 정상 7명, 알베르토 타일러 등 비정상 6명으로 나뉘었다.
정상 측은 아무리 경제 상황이 발전하더라도 자원과 돈을 이유로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할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을 항상 걱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반대 측은 과거와 같은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진 교수는 "모든 전쟁은 국제전의 양상을 띤다. 하지만 인류를 전멸시킬 무기를 가지고 있는 전쟁이라고 봤을 때 가능성은 낮다. 1,2,차 세계 대전이 그랬지만 공산주의 대 자본주의의 싸움도 몰락했다. 이제는 내전이나 다극화가 돼 가고 있다. 3차 대전을 걱정하는 건 이해는 하지만 과도하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대표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조근조근한 말투로 상대를 제압하는 힘이 있었다.
진 교수는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여타 게스트들과 마찬가지로 말을 많이 하기보다 비정상 대표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도움을 요청할 경우에만 긴 대답을 이어갔다. 그 설명이 간략하고 명쾌해서 알아듣기 쉬웠다. 정리를 할 때쯤 성시경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에게 말을 거는 식이었다.
이날 중국 대표와 미국 대표의 주장이 강하게 부딪혔다. 장위안은 미국의 차별성을 공격하며 "미국은 왜 한국과 일본만 도와주느냐. 도대체 중국이 어떤 나라가 되길 바라느냐"라고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이에 타일러는 "동맹 맺어진 시점이 냉전이었다. 일본에 사회주의가 퍼지면 미국까지 번질 수 있다는 걱정에 중국보다 일본에 힘썼다. 섣불리 조약을 깰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핑퐁 대화에 진 교수가 나섰다. 그는 패권과 인권 문제를 지적하며 "과거의 이념적 전쟁이 아니고 나라 싸움이 아니다. 자국을 위해 무엇을 더 신뢰하는 것이 문제"라고 장위안을 설득했다. 그는 세계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 대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인 자세로 대화에 임했다.
진중권은 지난달 18일 방송에서 '혐오주의'라는 주제로 토론한 바 있다. 각국 대표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그 의미를 학술적으로 풀어주는 식이었다. 이날도 '4번째 MC'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게스트로서 본인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두 번째 출연을 기념해 독일 노래를 하는 등 시청자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갔다.
진 교수는 끝으로 "지난 번에는 기숙사 식당에서 잡담을 하는 기분이었다면 오늘은 제대로 세미나 같았다"고 재미있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진중권 교수의 '반고정'(고정 출연과 일회성 게스트의 중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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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