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노트' 김준수, 압도적 '샤엘'의 존재감..대체불가[리뷰]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5.06.24 07: 01

눈에 띄게 하얀 얼굴과 구부정한 어깨, 이상한 자세와 느릿한 발걸음.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에 몰입해 내지르는 외침이 제법이었다. 왜 관객들이 뮤지컬배우 '김준수'를 찾는지 여실히 입증하는 무대였다.
김준수는 지난 19일 개막한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세계적인 명탐정 엘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공연계에서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지만 엘은 쉽지 않은 캐릭터, 온전히 김준수의 것으로 만드는데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등장부터 막이 내릴 때까지 무대 위에는 괴짜 탐정이 남아 있었다.
'데스노트'는 이미 원작 만화와 동명의 영화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작품이다. 원작이 워낙 신선한 면이 있기 때문에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와 만났을 때 무대 위에 어떻게 펼쳐질지, 배우들이 이 독특한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하고 노래할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기도 했다. 특히 엘은 특유의 묘한 분위기가 잘 표현돼야하는 캐릭터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김준수는 보란 듯이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사실 김준수의 가창력이야 이미 가요계와 뮤지컬계 모두 인정하는 최고 중의 최고다. 허스키하면서도 한이 서린 듯한 독특한 음색은 물론, 어떤 무대에서도 폭발적인 가창력을 증명해내는 실력이야 말로 그가 가수와 뮤지컬배우로 동시에 인정받는 이유다.
그리고 '데스노트'를 통해 다시 한 번 김준수의 그 '실력'이 입증됐다. 곡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나 상대 배우와의 조화, 연기력까지 무대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등장부터 파급력이 상당했고,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힘이 상당했다. 원작 만화나 영화에서 표현됐던 엘 이상으로 매력적인, 김준수만의 '샤엘'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김준수는 등장과 합께 관객들을 무대에 집중시켰다. 공연 시작 후, 예상보다 훨씬 뒤에 등장한 김준수였지만 존재감은 누구보다 컸다. 부스스한 머리와 진한 다크서클, 헐렁한 티셔츠와 바지만으로도 살짝 충격적인데 노래를 한 소절 부르는 순간, 그 한마디부터 크게 울림이 와 닿았다. 김준수는 그야말로 손에 꼽히는 음색을 가지고 있는 가수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특유의 신비로운 음색을 살리면서도 거친 목소리를 섞어서 또 여린 미성도 느껴지게 강약을 조절했다. 묵직한 홍광호와의 조화 역시 적당하게 자리 잡았다. 
김준수의 노래와 함께 놀란 것이 그의 섬세한 연기.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는 '발가락까지 연기를 한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로 걸음걸이 하나에, 휴대전화를 드는 손, 고개를 기울이는 각도까지 신경 쓴 티가 났다. 가수 출신 뮤지컬배우라 연기력에 대해 걱정했다면 그건 기우다. 김준수는 이 독특하고 복잡한 엘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며 뛰어난 표현력으로 공연을 보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김준수는 그동안 '모차르트'나 '엘리자벳', '드라큘라' 등을 통해 각종 상을 휩쓸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와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6년차 뮤지컬배우로 성장하기까지 매 작품마다 그가 갈고 닦은 실력이 '데스노트'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김준수가 괴짜 소리 들을 법한 이 캐릭터를 이토록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손에 꼽히는 배우임이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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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제스컬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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