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민준이 강렬한 존재감 만을 남긴 채 퇴장했다.
지난 23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신분을 숨겨라'(극본 강현성, 연출 김정민) 4회에서는 수사 5과에 체포된 후 가족의 안전을 담보로 고스트 체포에 협조했던 정선생(김민준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정선생은 고스트와 접선을 약속하고 현장에 나갔지만, 결국 모든 게 들통나고 고스트 쪽 저격수의 총을 맞고 바닥에 쓰러진다.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수술을 앞둔 딸과의 약속을 떠올리는 그의 모습은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를 뭉클케 만들었다.
비단 '딸바보'의 모습으로 선악이 뒤섞인 듯한 느낌 뿐만은 아니다. 이미 1회부터 죽음으로 하차한 4회 초중반까지 그의 존재감은 분명 엄청났다. 조직원으로 위장해 3년간을 잠복했던 민태인(김태훈 분)과 보여줬던 인상깊은 목욕탕 고문 장면, 차건우(김범 분)와의 항구 액션신, 장무원(박성웅 분)과의 엘리베이터 격투신 등 이제껏 '신분을 숨겨라'을 장식했던 명장면에는 꼭 김민준이 있었다.
이 때문에 시청자는 김민준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당초 특별 출연이었고, 등장인물 소개란에도 뒤늦게 등장했음은 물론 제작발표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정도의 롤을 갖고 있던 김민준이었지만, 실제로 뿜어낸 존재감은 주연들의 그것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
정선생의 죽음과 하차에 대해서 제작진은 아직 함구하고 있는 만큼, 그가 시청자의 기대처럼 어딘가에서 살아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다만, 수사 5과가 주적인 고스트를 쫓고, 정선생에 이어 인어공주라는 또 다른 코드네임이 등장했던 점 등을 감안했을 때 김민준의 퇴장 후에도 또 다른 배우들이 이런 방식의 롤로 순차적으로 등장함을 짐작할 수 있다.
앞서 김정민 감독의 전작 '나쁜 녀석들'을 비롯해 다양한 수사물이 진행됐던 사건에 따라 또 다른 인물들이 새롭게 등장했던 것들도 이같은 전개를 뒷받침한다.
'신분을 숨겨라'는 잠입수사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뀄다. 눈에 보이는 잠입수사는 사실상 끝났지만, 아직은 오히려 보이지 않는 역잠입에 대해 시청자들은 다양한 추측을 내놓으며 흥미유발 포인트가 된 상황.
김민준이 1~4회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존재감의 공백을 '신분을 숨겨라'가 빈틈없이 잘 메워, OCN이 아닌 tvN의 장르극 성공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와 궁금증이 드리웠다.
gato@osen.co.kr
'신분을 숨겨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