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가면'에는 수애만 있을까. 배우 주지훈의 존재감이 점점 더 커지는 요즘이다. 온갖 매력을 집약시킨 최민우 캐릭터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단히 잡았다.
'가면'(극본 최호철, 연출 부성철 남건)은 배우 수애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작품. 뚜껑을 연 이 드라마는 긴박한 전개와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려내는 배우들의 열연, 특히 수애의 연기가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물론 수애가 특유의 그 분위기로 드라마를 이끄는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맞지만, 수애와 함께 또 다른 배우 주지훈에 대한 칭찬이 빠지면 섭섭해지는 작품이다.
극중 주지훈이 연기하고 있는 최민우는 과거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상처 때문에 도도하게 가시를 치고 살며, 정신적으로 불안한 인물이다. 서은하(수애 분)와의 정략결혼은 애정 하나 없이 진행했고, 오로지 후계자로서 인정받고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캐릭터.
그런 최민우가 최근에는 점점 사랑스러워지기까지 했다. 서은하 행세를 하고 있는 변지숙(수애 분)에게 점점 마음을 주게 되면서 유치하게 질투도 하고, 때로는 걱정하며 감싸주고, 믿어주는 로맨티스트로 변신 중이다. 여기에 여자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에 양념처럼 꼭 들어가 있는 치유해주고 싶은 과거의 상처까지. 배우들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요소가 다 들어가 있다.
민우와 지숙의 로맨스가 무르익으면서 이런 캐릭터의 매력이 서서히 폭발했다.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9회에서는 민석훈(연정훈 분)의 계략에 빠져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지숙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에피소드로 민우 캐릭터의 진가를 발휘했다. 물론 지숙과 민우의 애정사가 석훈으로 인해 계속 삐걱거리고는 있지만, 두 사람의 마음이 커질수록 민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더 빠르게 훔치고 있는 모습이다.
지숙의 앞에 나타난 동생 변지혁(호야 분)의 정체를 모르고 질투를 하는가 하면, 굳이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전하는 모습, 또 지숙에게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수행비서(조윤우 분)에게 돈을 빌리는 행동까지 지숙을 사랑할수록 그 역시 사랑스럽고 귀여워졌다. 아픈 자신을 위해 죽을 식혀주는 지숙에게 "침이 들어갔다"라며 투정부리는 모습이 도도한 최민우의 가면을 완전히 벗겨준 듯 보인다. 과거에 잡혀 그러면서 불안한 정신 상태를 표현해내는 장면에서는 또 기막히게 얼굴을 바꾼다.
사실 디테일한 설정은 다르다고 하더라도, 민우 캐릭터가 그동안의 드라마에서 완전히 없던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인기 있을 법한 점들로 똘똘 뭉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요점은 이 전형적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어떤 배우가 얼마나 매력 있게 풀어내느냐는 것. 주지훈은 민우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매력을 한껏 높여 놓고 있다.
주지훈은 배우로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훤칠한 키와 매력적인 외모, 또 그 묘한 눈빛이 최민우 같은 복잡한 캐릭터를 맡기에 최적이다. 더불어 주지훈의 발음이나 대사톤이 매우 특이한 편인데, 그 오묘한 발성도 이번 작품에 잘 스며들면서 캐릭터와 어울림을 만들어냈다. 또 함께 연기 중인 수애나 조윤우 등 어떤 배우들과도 흔히 말하는 '케미'를 잘 살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 케미가 '수애로 시작해 수애로 끝날 것'처럼 보이던 작품을 더 긴장감 있게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꼭 맞춘 듯 잘 만난 캐릭터로 연기도, 매력도 마음껏 펼쳐놓고 있는 주지훈이 이 작품이 끝날 때면 어떤 '마성의 캐릭터'를 완성시켜낼지 기대를 모은다.
'가면'은 실제 자신을 숨기고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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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