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쉬워보이지만 사실 가장 어렵다. 걸그룹 에이핑크의 콘셉트가 그렇다.
데뷔 5년차인 에이핑크는 내달 가요계에 컴백, 올 여름 걸그룹 대전에서 중심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에이핑크는 걸그룹 계에서 소녀시대 다음으로 강한 팬덤을 지닌 그룹이다. 이는 남성팬들 뿐 아니라 확실한 '여덕 파워'가 있다는 얘기다. 즉 여자들도 좋아하는 여자란 소리. 여성은 '걸크러쉬'에만 열광한다, 라는 일부의 편견을 벗게 해준 그룹도 에이핑크다.
더불어 음원 파워도 상당한데, 이는 팬덤을 넘어 대중의 인기도를 증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팬덤과 대중을 두루 섭렵한 데에는 마니아틱하지 않으면서도 진부하지 않은 음악과 콘셉트가 큰 힘을 발휘한다.
'노노노(NoNoNo)'부터 '미스터 츄(Mr. Chu)'에 이어 '러브(LUV)'까지 연타석 홈런을 터트린 에이핑크는 러블리, 청순, 여성스러움 등의 말랑말랑한 키워드로 설명된다. 지금까지의 활동 모습은 모두 이 이미지를 관통한다. 이번에도 기존의 에이핑크의 색깔을 유지해 보여줄 계획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렵다. 걸그룹들은 보통 청순, 섹시의 양극단 사이에서 매번 새로운 콘셉트를 기획하고, 전에 안 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지만, 에이핑크에게는 오히려 무리한 변화는 독이 될 수 있다. 팬들의 반발을 얻거나 대중의 기대감을 저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에이핑크에게는 기존 이미지에서 얼마나 '살짝' 다른 모습을 보여주냐가 관건이다. 이는 그리고 180도 다른 변신을 보여주는 것보다 실상 더 까다롭고 어렵다. 지난 앨범에서는 기존의 청순에 '성숙'을 살짝 얹었다. 이런 세밀한 변화에도 상당한 고민을 거쳤다는 전언이다.
사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멤버 정은지가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해 파워솔로보컬 급 가창력으로 대중을 깜짝 놀라게 했던 것처럼, 에이핑크 내에서도 '좀 더 다른 모습'에 대한 잠재력은 충분해보인다. 그렇지만 독보적인 청순 걸그룹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에이핑크에게 팬들와 대중이 기대하는 모습도 분명 있다. 특별해보이지 않지만, 하나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것이다.
에이핑크는 이번 컴백에서 짝꿍 파트너 신사동호랭이, 범이낭이와 함께 한다. 신사동호랭이는 에이핑크의 '노노노(NoNoNo)', '러브(LUV)' 등을 만들며, 에이핑크가 대세의 자리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관계자는 "신사동호랭이는 에이핑크와 오래 함께 작업했기에, 에이핑크가 가진 색깔과 매력, 그리고 멤버 개개인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가장 잘 뽑아낸다"라고 전했다. 안전한 선택이라기보다는 필요에 의한 결과다.
특히 전작 '러브'가 음원과 방송 모두 올킬을 기록하며 지난해 12월을 강타했던 만큼, 뜨거운 여름 걸그룹 축제에 등장한 에이핑크의 모습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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