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깐족 유재석, 변하니까 국민 MC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6.30 07: 06

‘국민 MC’ 유재석이 끊임 없이 캐릭터 변주를 꾀하고 있다. 2000년 초부터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그가 벌써 10년 넘게 인기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어느덧 ‘예능의 신’으로 추앙받는 배경에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재석은 1991년 제 1회 KBS 대학 개그제로 데뷔한 후 긴 무명을 거쳐 2000년대 초반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일정 이상의 인기를 누리는 까닭에 ‘믿고 보는 보증 수표’이자 가장 신뢰하는 MC로 군림하고 있다.
유재석은 현재 MBC ‘무한도전’을 필두로 KBS 2TV ‘해피투게더3’,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과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간판 MC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 모두 주말과 평일 프라임 시간대를 책임지고 있지만 유재석 진행이 질린다는 이들을 찾기 쉽지 않다. 여기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빼어난 관찰력과 재치, 그리고 배려 섞인 진행을 기반으로 프로그램마다 캐릭터를 달리 하고 있기 때문.

유재석은 상대를 관찰해서 예능 캐릭터를 뽑아내는 능력이 탁월한데, 여기에 배려가 곁들어지며 부드러운 진행의 1인자로 여겨진다. 허나 최근 몇 년 사이 그는 간혹 깐족거리는 성향을 녹여 예능적인 재미를 높였다. ‘런닝맨’에서 고정 출연자들과 티격태격한다든가, 게스트들의 실수를 얄밉게 부각시켜 흥미를 돋우는 노력만 봐도 그렇다. 또한 ‘동상이몽’에서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간극을 기가 막히게 잘 잡아서 끄집어내고 다소 깐족거리면서 상대방을 이해하게 돕는 역할도 한다.
‘무한도전’에서는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멤버들을 독촉하는 ‘얄미운 시어머니’ 캐릭터가 재미를 선사하고, ‘해피투게더3’에서는 가끔 입담 강한 게스트들의 속을 긁어서 발끈하게 만드는 묘미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그가 김구라나 박명수처럼 독한 말들을 내뱉는 것은 아니다. 그의 진행은 기본적으로 따뜻한 인간미가 묻어나는데, 상황에 따라 그리고 밋밋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가끔 양념을 가하 듯 뿌리는 ‘깐족’이 시청자들을 웃게 하는 지점이 된다.
자신의 장기인 따뜻한 진행에 안주하지 않고 프로그램마다 조금씩 달리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시청자들을 찾아가고 있는 것. 착한 유재석과 웃기기 위한 나쁜 유재석이 현명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올 가을 JTBC 새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예정. 데뷔 후 첫 비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들의 강세로 지상파와 비지상파의 구분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굳이 도전할 이유가 없는 유재석의 과감한 행보는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PD는 최근 OSEN에 “유재석 씨의 진행은 재미와 함께 질리지 않는 강점이 있다”면서 “10년 넘게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면 시청자들이 질리는 게 당연한 건데, 유재석 씨는 캐릭터를 끊임 없이 변화시키면서 진행자로서 성장을 멈추지 않는 MC라고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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