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0시 50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문화동산 MBC드라미아의 하늘은 을씨년스러웠다.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쬐지는 않았지만 후덥지근한 기분 나쁜(?) 날씨였다. 마치 광해와 인조의 냉랭한 관계를 하늘이 말해주는 듯 했다. 이날 이곳에서 MBC 월화드라마 '화정'(극본 김이영, 연출 김상호 최정규)의 촬영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메르스 감염'이라는 두려움을 뚫고 관광버스에서 내린 기자들은 한창 촬영이 진행 중인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델 같은 왕 차승원, 인형 같은 외모의 공주 이연희, 반전의 살인미소 인조 김재원에 대한 기대를 품고서.
광해와 인조의 갈등의 역사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조는 선조의 다섯째 아들 정원군의 장남으로, 훗날 반정을 일으켜 16대 왕으로 오른다. 할아버지 선조의 특별한 총애를 받았으며 왕궁에서 자랐다. 동생 능창군이 사사당하고 아버지 정원군마저 홧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광해에게 복수를 다짐, 반정에 참여하여 16대 왕으로 오른 것이다.
권좌에 대한 야심이 남다른 권력지향형 인간으로 작은 아버지 광해군(차승원 분)을 끌어내리려 하고, 고모 정명공주(이연희 분)도 경계한다. 끈 떨어진 연이지만 실을 연결해 다시 날고 싶어하는 것. 그는 명나라에 조선의 파병을 주장하며 석고대죄를 해 광해를 비롯한 조정에 혼란을 더했다.
이날 광해와 인조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 이뤄졌다. 극의 중요한 장면이듯 배우들 사이에 불꽃 튀는 카리스마가 팽팽했다. 낙행했던 능양군(인조)은 조선이 명나라에 파병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며 광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곁에서 정명이 두 사람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연희의 미모는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촬영이 끝나고 기자들과 짧게 이야기가 오고 갔다. 광해 역의 차승원은 180도 변신했다. 마치 tvN '삼시세끼'의 차줌마가 와 있는 것처럼 친절했다. 그는 "몇 몇 드라마를 빼고는 이렇게 바쁘게 촬영이 돌아간다"며 "저는 괜찮은데 이연희 김재원 씨가 잠을 못 잤을 것이다. 저는 아주 푹 잤다. 네 시간"이라고 말해 분위기를 풀었다.
이어 광해 캐릭터에 대해 "23부를 찍고 있는데 지금까지 광해가 훼손되지 않고 온전하게 온 것 같다. 처음에 저는 슬픈 광해를 생각했다"며 "광해라는 사람이 나라 안팎에서 벌어진 일을 겪으면서 고립되고 외로웠던 사람으로 생각해 그런 것들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다 옳다고 이야기할 순 없지만 이 사람이 대의를 위해 밀고 나가는 카리스마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저는 한정적이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니마이' '삼마이'도 아니고 그 중간에서 교묘하게 줄타기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 연기에 대한 지론을 펼쳤다.
반면 본격적으로 등장한 인조 역의 김재원은 기세등등했다. "저는 전혀 부담감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다가 매일 (사람들이)죽는 걸보고 우울했었는데 이 촬영장에 와서 푸른 산과 나무를 보고 기분이 좋았다"고 밝히며 인조를 연기하는 것에 부담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재원은 이어 "사람들이 '그 생각이 얼마 안 갈 것이다, 후회한다'고 했는데 당시에는 이해가 안 갔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고 보니 그 말이 이해간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월화극 시청률 1위를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21회부터 김재원이 드라마에 본격적으로 투입됐다. 그는 "제가 원래 25회 이후 출연을 앞두고 있었는데 다소 일찍 출연하게 됐다. 처음에 생각했던 (인조의)모습과 달라 놀랐다. 비주얼은 내려놓았다. 부담을 느끼기보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차승원 선배님께서 '화정'을 잘 이끌어주셨으니 이제 제가 이끌어나가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극중 갈등이 짙은 광해와 인조의 모습과 달리, 실제 두 사람의 팀 워크는 좋았다. 서로 이끌며 칭찬하는 모습이 기분 좋은 미소를 이끌어 냈다. 물러나는 차승원이 남긴 빈 자리를 김재원이 제대로 채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화정'은 고귀한 신분인 공주로 태어났으나 권력 투쟁 속에서 죽은 사람으로 위장한 채 살아간 정명공주의 삶을 다룬 드라마. 매주 월, 화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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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