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야구인생 기로, 그래도 은퇴는 아니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6.26 05: 56

임의탈퇴된 임태훈(27)의 진로가 벌써부터 많은 궁금증을 낳고 있다. 당장 은퇴하려는 생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25일 임태훈의 임의탈퇴 공시를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요청했다. KBO가 이를 받아들여 임태훈은 임의탈퇴 공시됐고, 향후 1년간은 선수생활을 할 수 없다. 국내는 물론 KBO와 협정이 되어있는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대만프로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두산의 임의탈퇴 조치가 선수 의사에 따른 것은 맞다. 임태훈의 프로 초창기 시절부터 그와 알고 지냈던 한 지인은 25일 전화통화에서 “어제(24일) 태훈이한테 전화가 왔다. 임의탈퇴를 하려고 한다고 하더라. 왜 그러냐고 물으니 쉬고 싶다고 했다. 만류했지만 (25일에 기사를 보고) 결국 임의탈퇴가 된 것을 알았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 지인은 “한 달 전에 만났을 때도 1군 엔트리에 들어갔다가 빠진 상태였다. 많이 실망한 눈치였고, 마음이 많이 안 좋았던 것 같다. 언젠가 한 번 만났을 때는 커피 한 잔 하자면서 사람들이 있는 곳을 피해 불이 꺼진 한강 고수부지로 가자더라”며 안타까워했다.
두산 관계자의 말도 일치한다. 관계자는 “그제(23일) 태훈이가 임의탈퇴를 요청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만났고, 어제(24일)도 봤다. 왜 임의탈퇴를 하려고 하느냐고 물으니 좀 쉬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인에게 했던 말과 일관되는 내용이다.
임태훈은 24일 서류로 임의탈퇴 의사를 전달했고, 구단은 임의탈퇴 절차를 그에게 설명했다. 1년간 선수생활을 할 수 없고, 잔여 연봉도 지급되지 않는다. 구단이 임의탈퇴 공시 요청을 하면 KBO는 선수에게 전화로 의사를 재차 확인해 모든 것이 끝나면 임의탈퇴 공시가 된다. 지난해 정형식(삼성)의 경우처럼 명백한 이유가 있어 징계성 임의탈퇴가 되는 경우는 본인 동의가 필요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선수 동의가 없는 임의탈퇴는 불가능하다.
임의탈퇴 처리가 되면서 사실상 1년간은 선수생활을 하지 못하게 됐지만, 야구를 떠나는 것으로 보기는 어럽다. 구단 관계자는 “은퇴라는 단어를 꺼내지는 않았다. 태훈이도 야구의 끈을 놓지는 않겠다고 하더라. 잘은 모르지만 야구 외적으로도 힘든 일이 있어서 쉬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러모로 임태훈이 재기하기 힘든 조건들은 여전히 많이 깔려있다. 과거에 임태훈을 원하는 구단이 있어 트레이드 논의가 있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임태훈의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 무산된 전례가 있다. 올해는 큰 부상은 없었지만 1군에 한 번 올라오고도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1군에 등록됐다는 소식만 전해져도 감당하기 힘든 비난에 직면하면서 구단도 다른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기량만 가지고 판단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된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12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던 임태훈은 6일 후 말소됐는데, 그 사이 한 번도 마운드를 밟지는 못했다. 구단 관계자는 “그때 내려가면서 다시 1군에 올라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것 같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 역시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와 비슷하다. 1군에 대한 희망이 조금씩 사라진 것에 이어 여러 원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잠시 떠나 있겠다는 생각까지 이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임의탈퇴 신분이 되면서 임태훈의 행보에도 대중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야구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지만, 1년 동안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돌아오려 해도 그때 몸 상태가 어떤지를 확인해야 하고, 뒤따를지 모르는 시선 역시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전후 사정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할 경우에도 자유롭게 비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은 항상 선수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임태훈이 복귀를 원한다면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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