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어게인] ‘사랑하는 은동아’, 이 땅의 모든 썸남썸녀 향한 따끔한 일갈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6.27 10: 48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는 언젠가부터 고리타분한 것처럼 잘못 취급을 받는 순애보를 다룬다. 남녀 주인공 주진모와 김사랑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연애 전 간을 보는 일명 ‘썸’이라는 단어가 유행어가 되는 세태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JTBC 금토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는 지은호(주진모 분)와 서정은(김사랑 분)이 20년 동안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는 이야기다. 세월이 흘러도 사랑의 감정에 목말라 어쩔 줄 몰라하는 남녀의 순정, 드라마는 이걸 기적으로 표현한다. 그도 그럴 것이 쉽게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게 자랑인 시대가 되지 않았나. 그래서 사랑하는 여자를 찾기 위해 톱스타가 된 후 자서전을 발매하고 그 여자가 가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마음을 접지 못하는 은호의 사랑은 참 먹먹하다.
지난 26일 방송된 9회는 정은이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부여잡고 은호를 거절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정은의 주변을 맴돌았던 은호는 절망했고, 지옥이라도 정은과 함께 살고 싶다고 울부짖었다. 정은을 두고 10여년간 신경전을 벌여온 은호와 최재호(김태훈 분)의 신경전, 그리고 심장이 아는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정은의 안타까운 감정이 이날 방송의 주요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게는 순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사랑, ‘사랑하는 은동아’가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는 그렇다.

이 드라마는 탐닉을 다루지 않는다. 자극적인 소재도 아니고 갈등이 휘몰아치는 구조도 아니다. 정통 멜로 드라마의 정석을 걷는다. JTBC 화면 색감의 영향도 크겠지만 드라마 전반에 따뜻한 분위기가 감돈다. 흔히 말하는 시청자를 낚는 장치라고 해봤자, 은호에게 더 이상 만나지 말자고 떠난 정은이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기대하게 하는 화면 배치 정도다.
제작진은 순정을 다루는 만큼 느림의 미학을 택했다. 그래서 인물들의 감정이 안방극장에 전달됐을 때 울림이 깊다. 감정선이 오랫동안 남아 곱씹어보게 만드는 연출이다. 은호에게 흔들리는 유부녀 정은의 마음도, 유뷰녀의 마음을 뒤흔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은호의 마음도, 정은을 잡고 싶은 재호의 마음도 모두 이해가 된다.
누군가는 ‘요즘 그런 사랑이 어딨냐’고 트집을 잡을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도 어디선가 깊고 짙은 사랑을 하고 있을 누군가에게는 ‘내 이야기’일 수 있다. 조상들의 이야기쯤으로 여기는 ‘썸남썸녀’들에게는 따끔한 일갈이 될 수 있는 이야기다. 방송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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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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