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재벌2세란 흔하디흔한 캐릭터다. 그런데 ‘상류사회’ 속 유이가 연기하는 장윤하는 조금 다르다. 재벌가의 막내딸이지만 푸드 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배경은 내가 아니다”라며 집안과 엮여서 취급받기를 거부한다.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에서 윤하(유이 분)은 집안에서 겉도는 자신을 미운오리새끼라고 칭하며, “왕관 따윈 필요 없다”고 언제든 독립할 마음을 먹고 있다. 현실 속 재벌 2세들이 차곡차곡 경험을 쌓은 뒤 경영권을 세습 받는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행보다.
윤하는 극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캐릭터임을 예고했다. 신분을 숨기고 푸드 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는 비싼 과일을 시식하겠다고 무리하게 떼쓰는 고객을 저지하던 중, 체리 바구니로 얻어맞았다. 현실에서는 ‘땅콩 회항’, ‘부동산 갑질’ 등 웃지 못 할 재벌들의 갑질이 만연한 가운데, 오히려 손님에게 체리 세례를 받는 윤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는 윤하가 보여주는 재벌2세의 모습이 여태껏 드라마에서 다뤄진 수많은 그것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체리 세례도 모자라 물세례를 맞기도 했다. 그는 집안에 떠밀려 억지로 창수(박형식 분)와의 선 자리에서 참한 옷을 입었다가 주차장에서 갈아입은 찢어진 청바지와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파격적인 패션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집에는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달라”는 도발적인 멘트도 함께 말이다. 이에 열 받은 창수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호구되는 거다”라며 윤하의 머리 위로 물을 쏟은 것은 당연한 일. 윤하가 집안에 고분고분한 스타일이 아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통통 튀는 캐릭터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장치이었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그의 독특함은 재벌가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암투에서도 돋보였다. 회사에 야망이 있는 언니 예원(윤지혜 분)과 장남 경준(이상우 분)에 밀려 후계자로 언급된 적도 없을뿐더러, 본인조차 회사에는 눈곱만큼도 욕심이 없다.
윤하는 독립하면 뭐할 거냐는 남자친구 준기(성준 분)의 질문에 “배운 게 도둑질이죠. 어릴 때부터 화장품에 대해서는 숱하게 듣고 자랐다”라며 화장품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준기는 “꿈과 현실은 달라. 넌 아직 꿈을 현실로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 말 하는 거야”라고 일침을 놨지만, 사실 재벌가의 막내딸로서 집안의 부와 명성에는 전혀 관심도 없이 소박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윤하의 모습이 관전 포인트다.
이처럼 ‘상류사회’ 속 윤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음에도 자신과 반대로 가난한 출신인 절친 지이(임지연 분)보다도 불쌍하고 무언가가 결핍된 환경에서 순수하면서도 당찬 모습을 보이며 독특한 재벌2세 캐릭터를 그리고 있다. 방영 전 ‘또 재벌이야기냐’며 걱정하던 시청자들 또한 색다른 그의 모습에 호평을 보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더불어 윤하라는 캐릭터에 뛰어난 소화력을 보여주고 있는 유이의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올해 tvN ‘호구의 사랑’, 지난 2013년 MBC ‘황금무지개’, 2012년 KBS 2TV ‘전우치’, 2011년 ‘오작교 형제들’ 등의 다수의 작품에서 이미 그 연기력을 입증 받은 전적이 있지만, 이번에야 말로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고 있다. 특히 ‘금사빠 기질’을 보이며 성준에게 빠져드는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설레게 만들며, 곧 그의 속내를 알아채고 유이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상류사회'는 황금 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재벌딸과 황금사다리를 오르려는 개천용, 두 사람의 불평등한 계급 간 로맨스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오포 세대 청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청춘 멜로 드라마로 매주 월, 화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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