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서글하고 유쾌한 이다윗은 의외였다. 그간 진지하면서도 독특한 역할들을 주로 맡았기 때문일까? ‘연기파’라는 인식은 이미지에 무게를 더해줬고, ‘모범생’이라는 역할과 실제 모습이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만들었다. 선입견에도 불구, “실제 촬영장에서는 양아치(?) 형들과 친했다”며 유쾌하게 말을 이어가는 배우 이다윗은 영락없는 장난꾸러기 청춘, 그 자체였다.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후아유-학교2015’에서 이다윗은 모범생이자 반장인 박민준 역을 맡아 열연했다. 박민준은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성적에 집착하는 엄마(김정난 분)로 인해 고통 받는, 10대를 대변하는 인물. 민준은 극의 중반 자신의 숙제가 망가지자 다른 친구들의 숙제까지 몰래 망가뜨리는 예상치 못한 비행으로 긴장을 만들어 냈고, 방송 말미에는 엄마와의 화해로 뭉클함을 끌어내기도 했다.
“진짜 학교를 다녔구나, 하고 느꼈던 게 고등학교 때 학교 다닐 때는 사실 공부하러 학교를 다니는 게 아니잖아요? (웃음) 그냥 어쩔 수 없이 가서 친구들하고 놀고 오죠. 약간 그런 느낌이었어요. 현장에 촬영을 하러 간다는 느낌보다는 친구들이랑 놀아야지, 하는 그런 느낌이요. 이제는 졸업해서 매일 같이 보던 친구들을 못 보고 있는 것 같아요.”
‘후아유-학교2015’는 기존 ‘학교’ 시리즈와는 다르게 미스터리한 사건들과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을 강조했던 작품이었다. 그 결과 드라마적인 재미와 화제성은 높아졌지만, 2학년 4반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캐릭터와 10대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섬세하게 살아나지 못한 경향이 있다. 민준의 캐릭터 역시 영향을 받았다.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의 이야기는 엄마와 화해를 하고 마지막 회 기타를 치는 한 장면으로 마무리 됐는데, ‘기타를 친다’는 상징적이면서도 다소 생뚱맞은 설정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실제 연기를 했던 이다윗의 생각은 어떨까?
“재미는 있었어요. 다들 얘기하는데 ‘왜 배드민턴 치다가 기타를 치냐’고요. 저도 모르겠다고 했죠. 아마도 기타를 좋아한다, 아니다를 떠나 친구들과 어울리고, 학생이면 할 수 있는 당연한 것들을 민준이는 그제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 같아요. 보통 촬영을 할 때 교복 셔츠에 조끼까지 다 갖춰 입었어야 하는데 그날 촬영에선 셔츠 하나만 입었어요. 안에 티셔츠도 입고요. 티를 벗어볼까 생각하도 했고, 단추도 하나를 풀었는데 원래 꽉 잠그고 다녔죠. 사실은 감독님이 단추 하나를 더 풀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갑자기 너무 섹시하지 않을까요?’라고 하면서 하나만 잠그자고 했어요. (웃음) 나름 자유로워진 민준이를 연기한 것 같아요.”
러브라인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실제 극 중 같은 학원을 다닌 시진(이초희 분)과는 러브라인이 있을 법도 했고, 많은 드라마 팬들이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제안하기도 했었다. 이다윗 역시 “그런 얘기를 들었다”며 장난스럽게 아쉬움을 표했다.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제가 꼬였어야 하네요.(웃음) 있었으면 재밌었을 것 같아요. 시진이가 민준이 캐릭터와 안 맞는 듯하면서도 둘이 만나면 재밌어요. 그렇지만 공태광한테 뺏겼어요.”
실제 학창시절에는 친구들과 장난을 많이 치는 장난꾸러기였다는 이다윗은 모범생 반장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EBS 방송을 보며 공부를 하는 고등학생 친동생의 모습을 엿보기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뭘 하든 조용히 있어야 하는 역할이 실제 성격과 달라 처음에는 많이 답답하기도 했다고.
“두식이 형은 뒤에서 놀고, 애드리브도 치고 하는데 저는 말도 안 하고 공부만 해야 해서 처음에 좀 답답했어요. 나중에 생각하니까 내가 평상시 하던 것의 반대로만 하면 되겠구나 싶었어요. 가만히 있으면 되겠구나. 까불지 않고 장난치지 않고 가만히 않아서 문제집 들여다보고요.”
친하게 지냈던 이들은 의외의 인물들이었다. 극 중 민준과는 전혀 친할 수 없었던 인물들인데 이다윗은 이를 ‘양아치’라 표현해 웃음을 줬다.
“촬영장에선 ‘양아치’ 형들과 친했어요. 두식이 형이랑, 민석이 형이랑 또 같이 다니는 사투리 쓰는 윤재 역할을 했던 인섭이 형, 3회 때 전학 간 영은이랑요. 다 전에 같이 작품을 한 적이 있어서 특히 좀 더 친했었어요.”
엄마 역할의 선배 배우 김정난과의 호흡은 좋은 경험이었다. 김정난의 얘기를 꺼내자 이다윗은 한숨부터 쉬었다. “진짜 좋다”는 감탄을 여러 번 내뱉었다. 그만큼 내공 깊은 선배 배우의 연기는 인상적이었고, 좋은 영향을 줬다.
“김정란 선배님과 같이 연기를 하다보면 넋을 놓고 보게 돼요. 사람들이 민준이 보면서 ‘후아유’에서 가장 학생들에게 이입이 되는 캐릭터라는 말을 해주시는데, 그런 캐릭터를 사실은 어머니가 다 만드신 거예요. 정말 김정난 선배님의 힘이 어마어마했어요. 반했어요. 민준이가 옥상에 다녀오고 난 후 방에서 엄마가 오열을 하면서 ‘왜 그랬느냐’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에서도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셨고 촬영이 끝나고 ‘정말 좋았습니다. 반했습니다’하고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말을 못 걸겠더라고요. 수줍어서 힘들게 한 마디 건넸어요. ‘어머니, 되게 멋있으세요.’라고요. ‘어, 그래. 고맙다’ 그러시더라고요.(웃음)”
이다윗은 선배 배우 류덕환과 닮은 외모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두 사람은 실제 어느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기도 했는데, 이다윗은 “너무 반가웠다”고 회상했다. 중학교 때부터 ‘제2의 류덕환’이라 불렸던 그였기에 반가움은 컸다.
“어릴 때 류덕환 형을 되게 좋아했어요. 연기를 너무 잘해서 너무 좋았어요.(중략) 어느 쫑파티에서 마주친 거예요. 둘 다 주변에서 너무 닮았단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류덕환 형도 들었대요. 서로 ‘어, 안녕하세요?’ 악수하고, 너무 반갑다고 만나고 싶었다고 얘기했어요. 저만 들은 줄 알았는데 류덕환 형도 (제가 나온 영화를 본 지인이) 전화가 와서 ‘덕환이 잘 봤다’고 그러더래요. 그런 오해를 받더라고요. 만나서 얘기를 엄청 했어요. 재밌었어요.”
드라마를 끝낸 이다윗은 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순정’이라는 작품인데 ‘후아유’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소현과 또 한 번의 작품을 찍게 됐다. “현장이 기대가 된다. 2달 정도 계속 촬영을 할 텐데. 그것도 완전 친한 친구들이랑 하니까 현장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이다윗의 얼굴에서는 기대감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학교에 다니듯 또 한 번 즐거운 현장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 어쩌면 그런 면에서 ‘순정’은 ‘후아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후아유’를 하면서 되게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연기를 하다보면 이전까지는 제 또래랑 부딪힐 수 있는 게 거의 없었거든요. 그나마 차이가 덜 나는 게 20대 후반 형들이었는데 이번에 같이 또래들하고 연기를 하니 너무 재밌었어요.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죠. 그래서 촬영이 끝난 지금, 아직은 너무 허전해요. 매일 붙어있고, 같이 숙소에서 잠도 자고, 밥 먹고, 매일 같이 함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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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