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쇼미더아이돌'? 제작진도 할 말 많다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06.30 07: 05

"'쇼미더머니' 아니고 '쇼미더아이돌'이냐?"
아이돌 래퍼가 대거 출연한 Mnet '쇼미더머니'를 꼬집은 한 시청자의 표현이다. 실제로 지난 26일 첫방송된 '쇼미더머니'에는 예전 시즌들보다 부쩍 늘어난 아이돌 래퍼들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손에 꼽을 정도로 참가했던 아이돌 래퍼들이 이토록 대거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시즌3에서 실력으로 우승해 큰 인기를 얻은 아이콘의 바비의 영향이다. 너도 나도 '제2의 바비'를 꿈꾸며 출사표를 던진 것. 앞서 '나가봤자 손해'라는 업계 인식이 '떨어져도 본전'으로 180도 뒤바뀐 것. 앞서 스핀오프 '언프리티 랩스타'의 성공도 한 몫 했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음악방송 순위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방송에 출연할 기회조차 잡기 힘든 아이돌 멤버들이 '쇼미더머니'를 통해 자체 홍보에 나선 셈이다. 위너 송민호, 빅스 라비, 스피드 출신 우태운, 헬로비너스 라임, 세븐틴 버논, 투아이즈 다솜, 글램 출신 박지연,  M.I.B 심스와 오직 등은 그나마 합격·불합격을 떠나 얼굴과 이름이라도 나왔다. 참가 아이돌 래퍼 중에는 그룹 이름만 스치듯 지나거나 얼굴조차 나오지 않고 광탈한 멤버도 분명 있었다.
이와 관련해 Mnet 한동철 국장은 기성 가수, 아이돌, 언더 래퍼, 혼자 곡작업을 하는 사람, 모두가 지원 가능하다는 게 원래 프로그램의 기획 취지다. 아이돌이 많이 지원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 입장에선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주면 좋지만, 굳이 아이돌이 많이 왔다고 해도 문제될 부분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한 국장은 "거듭 말하지만, 참가에 제한은 없다. 지드래곤이든, 인디래퍼든, 초등학생이든, 아무 상관없다. 그들을 뽑는 건 결국 각 프로듀서들이다. 프로듀서는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는 래퍼를 뽑는 만큼, 기존에 알려진 이들의 경우 캐릭터가 잡혀 있어 분명 어느 선에서는 유리할 수 있다"며 아이돌 래퍼들의 인지도로 인한 문제가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없음을 시사했다.
오히려 그 인지도 역시 아이돌들이 쌓아올린 노력이고, 그 역시 실력의 일부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아이돌 래퍼도 언젠가는 약자였다. 그걸 넘기 위해 분명 많은 땀을 흘렸을 것"이라며 "지금 약자라고 생각되는 이들도 그 처지를 극복하고 뛰어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기득권을 엎기 위해선 그걸 훨씬 뛰어넘어야 하는 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고 '쇼미더머니4'가 추구하는 '리얼함'을 강조했다.
'아이돌 래퍼'라는 수식어가 무조건적으로 죄는 아니다. '쇼미더머니4' 프로듀서로 나선 지코는 "아이돌이라고 더 대우해 줄 수 없다"는 말로 차별도, 역차별도 없음을 강조했다. 어차피 제대로 된 인지도가 없는 비주류 아이돌의 경우 여느 래퍼들과 실력으로 평가받는 건 결국 매한가지다. 아이돌은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이제 판은 벌려졌다. 1차 예선이 7천명의 래퍼들이 무반주 랩으로 실력을 평가받는 데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면 이제 점점 압축되는 인원에서라면 지난해 바비처럼 대중들의 이목도,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의 인정을 받을 길이 열린 것. 그저 "아이돌이 뭐?"라고 항변만 하지 말고, 스스로 아이돌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랩'이라는 무기로 승부해 살아남길 바란다. '낭중지추'라 했던가. '진짜'는 어디서든 빛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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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4'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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