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의 어울림과 에너지라면 마법의 심폐소생술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한동안 죽어가던 주말극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등을 흥행 시켰던 SBS 주말극이 아닌가? 수려하게 펼쳐진 이진욱과 하지원의 찰떡 호흡은 죽어가던 시간대를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지난 27일 오후 첫 방송된 SBS 새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극본 정도윤 이하나 연출 조수원 이하 '너사시')는 두 남녀 주인공 원(이진욱 분)과 하나(하지원 분)의 아슬아슬했던 17년 우정의 단편들을 보여주며 두 사람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날 원과 하나의 관계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졌다. 17년 간 옆집에 살며 우정을 만들어 온 두 사람은 동성친구보다 더 친한 사이였다. 원은 실연을 당한 후 전남친의 결혼식에 갈 수밖에 없는 하나의 앞에 “새 남친인 척 해주겠다”며 반차까지 내고 나타나 남다른 우정을 보여줬다.
결혼식장에서 원은 하나를 원망하는 안하무인 전 남친 호준(최정원 분)의 말에 분노해 그와 싸움을 벌이며 소동을 피웠다. 회사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하나는 원에게 잔뜩 화를 내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두 사람은 이내 빠른 화해로 끈끈한 우정의 역사를 증명했다. 특히 술을 마시던 원은 자신의 옆에 바짝 다가온 하나를 보고 묘한 감정을 느꼈지만 이내 “닭발 냄새가 난다”며 떨쳐버리며 속내를 감춰 의문을 자아냈다.
17년간 얽히고설킨 두 사람의 관계는 고교시절 원이 하나에게 “아무도 없는 그 섬에서 우리 둘이 사는 거다. 그래도 절대 너랑 사귀지 않을 거다. 무인도에 떨어져도 절대 너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평생”이라고 말하면서 ‘친구’로 정의 내려졌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집을 눈여겨 본 원은 어쩐 이유에서인지 하나를 절대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고, 재차 이를 확인하며 두 사람 사이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 드라마가 평범하게 ‘친구에서 연인으로’ 가는 전개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미스터리한 요소 때문이다. 하나에 대한 원의 마음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둘 사이의 숨겨진 에피소드들이 하나씩 공개될수록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진욱과 하지원의 ‘케미스트리’는 예상보다 더 좋았다. 외모적인 어울림 뿐 아니라 고등학생 시절과 30대 현재의 모습을 오가며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주는 연기력이 칭찬을 해줄 만 했다. 노련한 두 배우의 심폐소생술은 효과가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너사시'는 인생의 반을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연애불가' 상태로 지내온 오하나(하지원 분)와 최원(이진욱 분)이 겪는 아슬아슬한 감정들과 성장통을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다. 대만드라마 '연애의 조건'(아가능불회애니)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
eujenej@osen.co.kr
'너사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