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AOA의 최고 강점 중 하나는 '하나로 규정짓기 힘든 색깔'이라는 데 있다. 어떤 걸그룹에게는 이것이 단점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AOA가 추구하는 다양한 콘셉트, 그리고 변화는 AOA를 신흥 최강 콘셉트 걸그룹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AOA는 지난 22일 세 번째 미니음반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심쿵해'로 활동을 시작했다. 웬만한 보이그룹도 밟아(?)버리는 음원강자인 씨스타와 함께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올 여름 걸그룹 대전의 포문을 연다고 했을 때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씨스타에 비해 연차가 낮고 음원성적에서도 아직 확실히 검증받지 않은 AOA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
하지만 뚜껑을 연 AOA의 활약은 기대와 예측 이상이라는 평. 공개 직후 각종 주요 음원차트 1위를 달성한 '심쿵해'는 씨스타 외 이어진 음원강자들의 롱런과 폭격 속에서도 2위 안팎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노래 자체에 다양한 반응이 있는 상황 속에서 이뤄낸 결과라 일면 더 의미있다. 처음에는 '뭐지?' 하다가도 들으면 들을수록 좋다란 반응은 이 노래의 중독성을 의미하지만, 더 크게는 AOA가 노래와 함께 무대를 통해 보여주는 시너지 때문이 크다. AOA는 대중 인기의 척도를 드러내는 음원차트를 통해 그 인지도를 증명해보인 셈이다.
AOA의 미덕은 이런 음원 성적을 넘어 독보적인 콘셉트에 있다. '흔들려'를 통한 매혹의 시작, '짧은치마'의 섹시 도발 의상, '단발머리'의 상큼발랄 맞춤 코스튬, '사뿐사뿐'의 캣우먼 스파이, '심쿵해'의 건강한 섹시미로 무장한 라크로스 선수까지. 이런 과정을 거쳐오며 AOA는 남자들에게는 신흥 군통령으로 등극했고, 여자들에게는 한 번쯤 따라하고 싶은 여성들이 됐다.
특히 이번 콘셉트에 라크로스란 국내 비인기 종목의 스포츠를 접목한 것은 놀라웠는데, 실제 라크로스 분야 관계자들은 'AOA가 어떻게 이 스포츠 콘셉트를 들고 나왔는지 궁금하다'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라크로스는 어깨로 미는 블로킹과 보디체크를 비롯해 크로스끼리 충돌이 허용되는 등 무척 빠르고 거친 경기. 이에 AOA의 건강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는 스포티한 스타일의 곡과 무대가 꾸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예상은 적중했다.
AOA는 이렇듯 순수, 상큼, 섹시 등의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도 초반 세운 걸밴드 콘셉트 또한 준비되는 것 중 하나라고 밝힌 바다. 멤버 초아는 쇼케이스에서 "악기 연습 계속 하고 있다. 밴드 콘셉트가 아니라 트랜스포머의 콘셉으로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이었다"며 "지금은 여름이라서 댄스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여러가지 유닛·솔로 등 여러가지 모습 보여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AOA의 콘셉트에 대해 미국 빌보드는 "AOA는 최근 컴백한 걸그룹 중 최고의 의상 콘셉트를 보여주며 K팝 시장에 확고히 자리매김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에이핑크처럼 하나의 이미지를 고수하면서 매 컴백 때 '살짝'의 변화에 주력하는 걸그룹이 있다면, AOA처럼 다양한 콘셉트를 시도하면서 그룹의 이미지를 확장하는 이들이 있다. AOA에게서 또 눈여겨 볼 점은 보통 팬덤이 강한 걸그룹은 청순 이미지란 특징을 지니는데, 신층 팬덤 강자로 떠오른 AOA는 이와 다른 지점에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해외에서 보이그룹보다 약한 걸그룹이 중국과 대만에서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줄세우기를 기록하며 내수용이 아닌 글로벌 걸그룹으로서 포지셔닝하는 것 역시 주목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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