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누군지 맞힐 필요는 없다.
MBC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은 어떤 면에서는 조금 특이한 프로그램이다. 연예인 판정단은 무대 위 복면 가수가 누군지 맞혀야하는 의무를 지녔지만, 판정단이 해당 인물을 꼭 맞히는 것을 목표로 돌아가는 구성이 아니다.
이제 '복면가왕'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누군지 정확히 가려내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가수(혹은 배우, 개그맨 등)가 스스로 본인을 알리기 위해 나가는 방송이 됐다. '내 목소리를 들어달라'란 바람이다. 솔직히 28일 방송에 등장한 배우 문희경 같은 경우는 판정단이 도저히 맞히기가 힘든 사람이었다. 또 그보다 앞서 출연했던 샵 출신 장석현, 가수 임세준, 배우 박준면 등을 누가 쉽게 맞힐수가 있었을까.
하지만 판정단이 잘 못 맞추거나 아예 헛다리를 짚고 엉뚱한 추측을 하더라도 제 할 일을 안 하는 건 아니다. 해당 복면가수 목소리와 비슷한 목소리를 추측하고, 그 음색을 분석하는 과정이 재미 면에서 양념 노릇을 톡톡히 한다.
'복면가왕'은 노래 감상 외에도 출연자와 판정단의 관계에서 보자면 크게 세 가지 재미가 있다. 판정단이 예측하는 사람이 실제 맞았을 때, 엉뚱한 사람으로 예측했는데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사람이 등장했을 때, 그리고 판정단도 시청자도 도저히 추측할 수 없는 새로운 인물이 나왔을 때다.
이날 방송에서는 모든 케이스가 등장했다. 판정단이 추측하는 가수가 실제 맞은 경우는 이기찬이었다. 이런 경우 해당 가수는 누군가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지나 같은 경우에는 백지영이 자신임을 맞히자 고마움을 표현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는 목소리로 승부를 거는 가수로서 존재감의 확인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예측과는 달랐지만 판정단이나 시청자가 너무 잘 아는 사람이 등장한 경우에서는 보통 '재발견'이 이뤄진다. 앞서 B1A4 산들이나 애프터스쿨 출신 가희가 그랬다. 이날 다들 노라조 조빈일 거라 추측했던 사람은 복면을 벗자 개그맨 고명환이었다. 그리고 김구라가 개그맨 심현섭이라고 확신한 복면가수가 다이나믹듀오 래퍼 개코임이 드러났을 때는 그야말로 짜릿한 반전이었다. 개코 같은 경우는 래퍼가 노래를 불러 혼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판정단도 시청자도 도저히 추측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번째 경우인, 추측이 불가능한 새로운 인물은 문희경이었다. 이런 경우는 재발견이 아니라 그냥 발견이다. 문희경이 1987년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실력자임을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알게 됐다.
세 번째 케이스에서는 판정단의 역할이 희미해지지 않냐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지만, '복면가왕' 프로그램 자체가 이런 '기회의 프로'란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문희경, 혹은 앞서 출연했던 배우 현쥬니 같은 사람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복면가왕' 말고는 어디에 또 있을까. 또 이런 프로그램 내 출연자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재미가 이 프로그램의 장점 중 하나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7대 가왕을 향한 복면가수 8인의 도전이 시작됐다. 고명환, 이기찬, 개코, 문희경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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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