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있는 신이었다. 둘 만 있는 차 안에서 연하남 엘이 마음을 고백하려던 찰나, 별안간 들려오는 하지원의 방귀 소리. 실수로 벌어진 이 사태에 그는 민망함을 감추려 콧노래를 부르다 결국 창문을 내리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액션을 취한다.
미워할 수 없는 하지원의 매력을 단편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완벽한 듯 보이지만 사랑 앞에서 순수하고, 가끔은 사람냄새 나는 실수로 웃음을 주는 특유의 연기가 매력적인 그녀다. 이에 그의 예쁜 외모에 질투를 느낄법한 여성 시청자들도 빠져들고 어느새 하지원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공감하고 몰입하게 된다.
이것이 방귀소리마저 사랑스러운 그녀, 하지원이 가진 힘이다.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을 통해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배우 하지원이 친근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코믹과 정극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완급조절과 설렘지수를 높이는 특유의 연기 내공이 꽤나 인상적. 브라운관에서 보는 ‘원조 로코퀸’ 하지원의 로맨스가 반갑다.
17년지기 친구로 등장하는 배우 이진욱, 마음 표현에 거침이 없는 연하남 인피니트 엘과의 ‘케미’도 꽤나 인상적이다. 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호응을 얻는 중이다. 지난 28일 방송된 ‘너를 사랑한 시간’ 2회에서는 하지원의 이 같은 매력이 듬뿍 묻어났다.
이날 방송에서는 엘(성재)과의 핑크빛 ‘썸’이 조금 더 인상적으로 비춰졌다. 오하나(하지원 분) 자신의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온 연하남 성재(엘 분)의 애정공세에 마음을 여는 모습을 그려냈다. 처음부터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을 잘 따르고 힘들 때 위로가 돼주는 그를 보며 점차 마음을 연 것. 높은 힐 때문에 피곤해하는 할 때는 슬리퍼를 가져다주고, 갑자기 비가 내릴 때는 우산을 씌워주는 세심한 배려에 마음을 여는 듯했다.
하지원은 엘과의 이러한 로맨스도 맛깔나게 소화해냈다. 처음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 엘을 보며 속으로 만족하며 귀여운 매력을 선보이는가 하면, 차 안에서 만들어진 로맨틱한 분위기를 방귀로 망치는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비오는 날 함께 우산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은 설렘을 극도로 끌어올리는데 성공을 거뒀다. 로맨틱코미디의 여왕다운 소화력이다.
이진욱(최원)과의 케미도 훌륭했다. 17년 지기 친구지만 다른 애인이 생긴 것 같은 정황에 질투를 느끼는 오묘한 관계를 제대로 표현해낸 것. 아무렇지 않게 편하게 전화해 일상을 공유하고, 가볍게 술 한 잔 나누며 이성친구보다도 편하게 지내는 사이지만, 전화 중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오빠’ 소리에 묘한 질투를 느끼는 모습 등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극 초반 하지원의 매력적인 연기가 드라마의 흥미로운 전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앞으로의 전개가 더욱 궁금해지는 바다.
한편 '너사시'는 인생의 반을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연애불가' 상태로 지내온 오하나(하지원 분)와 최원(이진욱 분)이 겪는 아슬아슬한 감정들과 성장통을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다. 대만드라마 '연애의 조건'(아가능불회애니)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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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사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