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꽃' 이성경의 눈빛이 세졌다.
매몰차게 내치는 친아빠, 돈 때문에 자신을 버렸다는 친엄마, 여기에 옆에서 화를 돋우는 아빠의 새 아내까지 주변의 상황이 그를 독해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처참한 상황에 놓인 이솔의 심정을 분석한 이성경의 해석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 28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꽃'(극본 박현주, 연출 이대영 김민식) 32회는 강이솔(이성경 분)이 친부 서인철(이형철 분)과 그의 아내 최혜진(장영남 분)에게 참혹하게 당하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두 사람은 더 이상 이솔과 엮이기 싫다면서 돈을 요구하지 못하게 만든 각서에 사인을 할 것을 채근했다. 아무리 원치 않는 딸이었다고 해도 친아빠로서 그렇게 모질게 굴긴 쉽지 않을 터다. 인철이 혜진의 손바닥 안에 산다는 사실이 확증된 셈이다.
인철은 "앞으로 다신 찾아와서 아쉬운 소리 안하겠다고 약속하라"고 말했다. 최혜진은 각서 한 장을 건네며 "보고 서명하라"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이솔은 버려진 것도 슬픈데 하루 아침에 '인간 쓰레기'로 취급되고 말았다. 믿을 수 없는 이 상황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이솔의 절절한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밝게 살아가는 이솔을 연기하는 이성경의 감정 연기가 3개월 사이에 급격하게 발전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드라마 초반에는 표정이나 대사를 치는 부분에서 어색하고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이제는 믿고 맡겨도 될 만큼 그의 존재감이 무럭무럭 성장했다. 그 동안 얼마나 연습에 노력을 기울였을지 짐작이 간다.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에 오열하는 이솔의 모습이 이성경에 대한 평가를 뒤집은 것이다.
모델 출신 이성경이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연기를 시도했지만 배우활동 1년 안에 주연을 거머쥐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이에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 담긴 시선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성경이 반대파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조용히 잠재웠다.
남자친구 박재준(윤박 분)과 합을 맞출 때는 사랑스러운 여자로, 존경하는 선생님 레나정(김성령 분)과 호흡을 맞출 때는 착실한 학생으로서 상황에 맞는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친엄마 레나정을 찾아가는 과정이 주요 관전 포인트. 이성경이 김성령과 보여줄 모녀 케미스트리가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여왕의 꽃'은 야망으로 가득 찬 여자가 자신이 버린 딸과 재회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 매주 토,일 오후 10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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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꽃'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