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판석 인턴기자] 상황이 좋을 때 맡은 일을 잘하는 건 누구나 가능하다. 프로의 진가는 상황이 어려울 때 비로서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지난 29일 방송된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셰프들의 프로다운 면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방송이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이제 쿡방을 넘어서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됐다.
지난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에서는 인피니트 성규의 냉장고 속 재료를 가지고 대결을 펼쳤다. 막상 제대로 요리를 할만한 재료가 거의 없었다. 성규의 냉장고 속 재료들은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곰팡이가 슬어 대부분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기 때문. 심지어 이원일 셰프는 요리를 앞두고 냉장고 속 재료를 선택하지 않는 초강수를 뒀다. 프로그램 제목인 ‘냉장고를 부탁해’가 무색해지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없는 재료에 해장요리와 튀김요리라는 주제도 만만치는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셰프들은 각자의 기량을 한껏 뽐냈다. 김풍은 토마토와 계란을 활용한 중식요리인 ‘토달토달’을 만들어서 육포와 인스턴트 우동으로 ‘아육동’을 만든 이원일 셰프에게 승리를 거뒀다.
특히 이날 패배한 미카엘 셰프는 라면과 참치 캔, 감자칩으로 독특한 식감의 튀김요리를 만들어냈다. 끓인 면을 튀김옷 삼아서 참치로 감싸서 튀긴 것이 포인트였다. 감자칩과 참치라는 조합 또한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찾아낸 훌륭한 조합이었다. 방송의 표현대로 프로인 셰프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셰프들은 라면 스프도 사용하고, 다른 셰프들의 손을 빌리기도 했다. 셰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15분 내에 모든 것을 쏟아내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회가 셰프들에게 열광하는지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 사회의 역동성은 감동을 잘하는 것이 근원적인 힘이다. 한국사회는 타인의 열정에 대해서 감정을 표현하고 칭찬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다. 쿡방은 과정과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은 요리를 해봤거나 하다못해 만드는 것을 자주 지켜봤다. 셰프들이 그런 친숙한 요리를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과 감탄할만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에서 흥행의 포인트가 있다.
앞으로 한동안 쿡방 열풍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곧 ‘식상하다’, ‘질렸다’는 이야기도 나올 것이다. 그럼에도 오래오래 기억될 쿡방이 있다면 삶의 지혜와 감동을 준 ‘냉장고를 부탁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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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부탁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