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어게인] '화정', 2.5배우 차승원이 광해를 표현하는 방법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06.30 09: 11

폭군의 이미지를 가졌던 조선의 15대왕 광해가 배우 차승원에 의해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차승원표 광해는 슬프고 외롭게 보여서 왠지 모르게 안아주고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지난 29일 방송된 '화정' 23회는 그런 광해의 모습이 제대로 표현됐다. 능양군이 야욕과 민심을 잡으면서 광해의 시름은 깊어졌다. 시위 한 번으로 능양군은 백성들의 스타로 떠올랐고, 광해로 향하던 분위기는 역전됐다. 많은 사람들이 능양군을 지지하게 되면서 그가 나라를 이끌 새로운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방송은 능양군과 광해가 처음으로 독대하며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선사했다. 지난 25일 그 촬영 분이다. 능양군과 광해를 연기했던 김재원과 차승원의 눈빛에서 불꽃이 튀었다. 두 사람의 대결이 극 후반부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조가 16대 왕이 된 후 광해가 유배지로 쫓겨나면서 차승원도 '화정'을 떠난다.  

차승원의 말에 따르면 그는 '2.5배우'다. 생소한 이 말인즉슨 이른바 '니마이'(2류)와 '쌈마이'(3류)의 사이 어디엔가 위치하고 있다는 뜻이다. 1988년 모델로 데뷔해 97년부터 18년 동안 배우로 살면서 내린 연기에 대한 지론이다.
대한민국에서 스타로 불리는 그가 자신을 2류와 3류의 중간에 있는 배우라고 자평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차승원의 얼굴을 가만히 보면 겸손과 배려가 묻어있다. 스타로서 최고의 자리에서 '감놔라 배놔라'하며 군림할 법도 한데 제작진과 후배들을 먼저 생각해주고 본인은 그 다음이다. 촬영 현장의 분위기 형성도 그의 몫이다.
차승원은 지난 25일 경기도 용인 MBC드라미아에 위치한 '화정' 촬영장을 찾았다. 이날 카메라는 주로 능양군 역의 배우 김재원을 담았지만 차승원은 용포를 차려입고 그의 앞에서 왕 광해를 연기했다. 사실 이럴 때는 대역이나 스태프가 그 자리에 대신 서 있곤 한다. 차승원은 자신의 어깨만 나왔음에도 후배의 감정 몰입을 돕기 위해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섰다. 이 작은 에피소드만 봐도 배우 차승원의 인격을 알 수 있었다.
차승원이 생각한 광해는 슬픔과 외로움이 가득한 왕이다. 그는 캐릭터에 대해 "저는 슬픈 광해를 생각했다. 광해라는 사람이 나라 안팎에서 벌어진 일들을 겪으면서 고립되고 외로웠던 사람으로 생각해 그런 것들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지금까지 광해의 모습이 온전하게 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광해에 대한 여러 자료와 대의를 위해 밀고 나가는 광해의 카리스마를 접목해 차승원표 광해를 탄생시켰다.
차승원은 "다양한 작품을 만나서 마음껏 연기를 펼칠 수 있을 때 그때가 진정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인기 캐릭터 이미지를 다른 작품에 가져가서 그 작품에 녹이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다. 저를 한 쪽으로 국한시키거나 편협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차승원은 '화정' 출연 이후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에서 지도를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고산자 김정호를 연기한다. 다시 역사극을 다루지만 이번에도 역시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차승원이 새롭게 만들 고산자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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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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