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국의 눈빛에 따라 숨을 돌릴 포인트가 달라진다. 설득력 있는 연기로 수사극을 힘차게 끌고 나가는 서인국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눈빛으로 시청자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에서는 연쇄살인마 승훈(태인호 분)를 수사하는 현(서인국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현은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려는 재벌2세 승훈의 심문을 듣다가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섰다. 까칠한 표정과 끼어들 틈 없는 빠르고 강력한 독설로 냉철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그는 동그란 안경을 빌려 쓰고 어깨를 구부정하게 한 뒤 "특검팀 수습"이라고 자신을 소개해 승훈의 경계심을 풀었다.
특히 서인국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기존 현의 모습과는 달리 어리바리한 수습을 연기하면서, 눈웃음을 치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승훈에게 만만하게 보이기 위해 커피와 서류, 사진 등을 번잡하게 내려놓으면서 밝고 경쾌한 모습을 유지한 서인국은 기존의 현과는 전혀 다른 귀여운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서인국은 밝은 톤으로 승훈에게 "빵 차이셨죠? 왜 차이셨어요? 심하게 차이셨어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대답하기 싫으시면 묵비권을 쓰셔도 되고요"라고 깐족대다가도, 안경을 벗으면서 순식간에 달라지는 눈빛과 말투로 승훈을 폭발하게 해 수사극인 '너를 기억해'의 특별한 지점과 정체성으로 오롯이 설명해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서인국은 천재 프로파일러라는 설정으로 인해 긴 대사를 혼자서 빠르게 읊는 장면이 주로 나오고 있는데, 각 문장마다 다른 감정을 담아내며 눈빛만으로도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완성하고 있어, 호평을 끌어낸다. 서인국이 보여주는 디테일한 연기는 그 자체로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수사극 '너를 기억해'에 개연성을 부여하면서 시청자를 몰입하게 한다.
또한 서인국은 어린 시절 아버지 중민(전광렬 분)으로부터 잠재적 살인마라는 판정을 받은 현의 불안하고 외로운, 위험한 심경을 드러내는 섬뜩한 미소로 현이 진짜 사이코패스일지, 어린 현이 중민을 죽였다는 지안(장나라 분)의 기억의 실체는 무엇일지, 궁금증을 높이고 있다.
선과 악을 쉽게 구분할 수 없는 서인국의 입체적인 연기는 '너를 기억해' 시청자가 현과 함께 추리하는 재미를 부여하는 중. 어느 단서 하나 허투루 흘려버릴 수 없는 탄탄한 구성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너를 기억해'가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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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억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