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상류사회' 박형식, '발리' 조인성이 보인다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7.01 06: 52

배우 박형식의 '발견'이다. 박형식이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극본 하명희, 연출 최영훈)에서 유민그룹 막내아들 창수 역으로 매력적인 재벌남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얼핏 보면 전형적인 철부지 재벌남이다. 든든한 배경이 있어 어린 나이에 백화점 본부장이 됐다. 기세등등한 도련님이 가난하지만 명랑한 푸드 마켓 아르바이트생 지이(임지연)와 사랑에 빠진다. 이 얼마나 진부한 전개인가 싶지만, 창수는 지이를 통해 완전히 변하지 않는다. 뼛속까지 가득한 그의 선민의식은 흔들리는 법이 없다. 지극히 현실적인 기득권 계층의 일원이다.
그렇다. 그동안 수많은 재벌들은 '캔디' 같은 여자를 만나 성숙해졌다. 그들 대부분 물질적 풍요와 달리 내적인 빈곤을 겪었고, 사랑스러운 여인이 부족함을 채워줬다. 창수는 그렇지 않다. "준기(성준)에게 마음을 다 주지 말라"고 윤하(유이)에게 충고하듯, 창수는 자신이 누리는 혜택을 지키려 한다. 그런 적당한 야망과 솔직함이 창수를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30일 방송된 8회에서 창수는 친구 준기의 진짜 얼굴을 봤다. 동성인 상대에게 거침없이 애정을 갈구할 만큼 신뢰했지만, 준기가 윤하의 정체를 알고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을 느꼈다. 준기는 도리어 "그것이 부도덕하냐"고 반문했다. 결국 주먹다짐을 한 두 사람은 지속적으로 서로에 대한 불편함을 표출했다. 창수가 윤하에게 준기의 실체를 귀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갈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 창수 역의 박형식은 '상류사회'의 발견이다. SBS '상속자들'(2013), KBS 2TV '가족끼리 왜 이래'(2014) 등에서 나쁘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줬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오히려 MBC '일밤-진짜 사나이', SBS '정글의 법칙'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상류사회'에서는 다양한 얼굴을 지닌 재벌남의 캐릭터로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11년 전, 조인성은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통해 재벌남 캐릭터의 신기원을 열었다. 조각 같은 외모와 훤칠한 키는 부잣집 아들이란 설정에 꼭 맞았지만, 실제론 나약한 망나니에 불과했다. 조인성이 맡은 정재민은 남자 주인공은 듬직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트린 인물이었다. 정재민의 눈물은 당시 여성 시청자들의 모성애를 제대로 자극했다.
이제 '흑화'를 시작한 창수에게서도 그런 가능성이 보인다. 겉으로 완벽해 보이지만, 쉽게 상처 받고 지질하며 유치한 모습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비슷한 배경을 지녔지만 독립적이며 매사 당당한 윤하와의 차이점이자, 향후 갈등의 씨앗이 될 요소들이다. 아울러 조인성이 '발리에서 생긴 일' 이후 배우로 한층 성장했듯, '상류사회' 이후 달라질 '배우' 박형식 또한 기대해 볼 일이다.  
jay@osen.co.kr
'상류사회'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