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 사나이’ 윤중환, 2군 주장 딱지 뗀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7.01 06: 10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았다. “1군에 몸을 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자”라는 기분도 있었다. 그렇게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무심코 살펴본 이날의 선발 라인업. 그런데 없을 줄 알았던 자신의 이름이 종이에 적혀 있었다. 순간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지난 6월 27일 인천 한화전 당시 SK의 선발 9번 우익수 자리에는 윤중환(25)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팬들에게도 다소 낯선 이름. 그도 그럴 것이 윤중환은 2011년 1군에서 5경기를 뛴 것을 제외하면 한 번도 1군 무대에 이름을 내밀지 못했던 선수였다. 그렇기에 윤중환으로서는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윤중환은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런 각오는 곧 멋진 결실을 맺었다.
2회 우측 담장까지 날아가는 타구를 멋지게 잡아내며 실점을 막은 윤중환은 5회 우전안타로 자신의 1군 무대 첫 안타를 신고하더니 8회에는 좌중간 안타까지 터뜨리며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호수비에 좋은 타격까지 선보인 것. 여기에 팀도 박진만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하며 윤중환으로서는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상승세를 이어간 윤중환은 28일 한화전에서는 3회 선취 솔로홈런까지 터뜨리며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2009년 신고선수로 입단했던 윤중환은 경찰청 복무 기간 중 기량이 크게 향상됐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제대 첫 해인 지난해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2군에서 아무리 잘해도 1군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상심도 컸다. 올 시즌 시작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1군이 머무는 오키나와가 아닌, 2군 전지훈련지인 대만으로 향했다. 경쟁의 출발이 뒤처졌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윤중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악바리와 같은 근성은 이미 팀 내에서 칭찬이 자자한 선수다. 김용희 감독은 “얼굴 때문에 이미지는 손해를 볼 것이다. 너무 순하게 생겼다. 하지만 워낙 근성이 있고 열심히 한다. 독한 선수”라고 윤중환을 설명했다. 동료들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주전 외야수인 이명기는 “성실한 선수다. 수비가 상당히 좋고 어깨도 강한 편”이라고 후배를 치켜세웠다.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할 만하지만 그 의미는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
훈련에서는 악바리, 경기 중에서는 투지가 돋보이는 얼굴이지만 그 외의 순간에는 다시 순박한 청년으로 돌아오는 윤중환이다. 윤중환은 선발 데뷔전을 떠올리면서 “선발 명단에 이름이 있는지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아물도 긴장을 했었는데 2회 수비로 심리적인 안정감과 자신감을 찾았던 것 같다. 아직 밤 경기에 익숙하지 않아 걱정을 했는데 요즘은 해가 길어서 다행이었다”라고 살며시 웃었다. 당시의 짜릿함이 아직 마음속에 남아있는 듯 했다.
윤중환의 성장을 보여주는 대목은 28일 홈런보다는 27일 두 번째 안타다. 윤중환은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변화구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 하지만 빠른 공에 약하다”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에 기술적인 훈련을 계속하며 문제점을 보완했고 이날은 구위가 뛰어난 권혁의 빠른 공을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냈다.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라고 했지만 큰 자신감이 될 만한 귀중한 경험이었다.
이런 윤중환을 두고 구단 관계자들은 “2군 주장은 누가 하나”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윤중환은 올 시즌을 앞두고 SK 퓨처스팀(2군)의 주장으로 선임됐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형들이 하라고 해서 했다”라고 떠올리는 윤중환은 “내가 1군에 올라온 후 누가 주장이 됐는지 모르겠다. 2군 주장은 판공비도 없다”라고 다시 웃었다.
2군에 감투가 있을지는 몰라도, 1군에는 그 감투 이상의 꿈과 희망이 있다. 애써 잡은 기회를 어이없게 놓칠 생각은 없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는 후회 없이 하겠다”라고 말하는 윤중환이 2군 주장의 딱지를 떼가고 있다. 그런 윤중환의 성장 속에 SK 외야에는 새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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