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1박 2일'과 MBC '무한도전'의 콜라보가 성사될 뻔 했었다. 나영석 PD와 김태호 PD가 각각의 프로그램을 연출하던 시절, 팬들 사이에 거의 희망사항처럼 떠돌던 이야기가 실제로 두 사람 사이에 오갔던 것.
나영석 PD는 최근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김태호 PD와의 라이벌 구도'에 대해 묻자 손을 내저으며 "전혀 스타일이 다르다"며 "오히려 이상한 '유대감' 같은 게 있다"는 말과 함께 처음으로 털어놓은 김태호 PD와의 인연이다.
나 PD는 "앞서 KBS 재직 시절 '1박 2일'을 하면서 '무한도전'을 연출하는 저 김태호 PD는 어떤 사람일까, 프로그램을 보면서 궁금해 했었다. 그러던 중에 김태호 PD와 처음으로 통화를 하게 되는 상황이 생겼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나영석 PD와 김태호 PD의 첫 번째 통화가 바로 '1박 2일'과 '무한도전'의 콜라보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영석 PD는 "'1박 2일'이 마무리 되니깐 '무한도전 특집'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결론적으로는 잘 안 됐다. 양쪽 회사에서 '다른 방송국과 콜라보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막아섰다"고 아쉬웠던 상황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영석 PD는 "즐거웠던 기억"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이렇게 제대로 알아들어주는 사람(김태호 PD)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며 "'1박 2일'과 '무한도전'이 녹화를 함께 해서 1탄은 토요일에, 2탄은 일요일에 방송을 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양쪽 방송국이 다 반대를 해서 성사되진 못했지만…"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유재석이 이끌던 '무한도전' 팀과 강호동이 이끌던 '1박 2일' 팀의 콜라보는 상상 만으로 팬들을 설레게 했던 시나리오다. 만약, 당시의 콜라보가 성사됐다면 흔히 말하는 '역대급' 회차로 꼽히며, 분명 지금까지도 사골처럼 두고두고 회자됐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추가로 듣게 된 놀라운 사실 하나 더. 첫 통화 이후 이렇다할 연이 없던 나영석 PD와 김태호 PD는 단 한 번도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1달쯤 전 두 사람이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바로 CJ E&M과 MBC가 위치한 마포구 상암동의 한 비빔밥 집에서였다.
나영석 PD는 "이런 말 하면 웃기겠지만, 그 곳에서 처음 김태호 PD를 만났다. 식당에 갔다가 우연히 예전에 같이 일했던 작가를 보고 반가워서 인사를 나눴는데, 그 옆에서 어떤 사람이 일어나더라.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바로 김태호 PD였다"고 첫 만남의 순간을 이야기했다.
나영석 PD와 김태호 PD는 대한민국 예능계의 독보적인 스타 PD로 손꼽히는 인물들. 실제로 일부 예능 PD들은 두 PD의 이야기를 꺼내면 "이제는 일반 PD들과 비교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났다"고 말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2년 MBC 공채 예능 PD로 입사한 김태호 PD는 무려 10년째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대한민국 대표 예능으로 끌어올린 스타 PD. 지금의 국민 MC 유재석을 비롯한 '무한도전' 멤버들을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김태호 PD보다 1년 앞선 2001년 KBS 공채 예능 PD로 입사한 나영석 PD는 '해피선데이-1박 2일'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후 KBS를 퇴사하고 CJ E&M으로 이적,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대한민국 스타 PD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삼시세끼-어촌편'과 '삼시세끼-정선편'은 시청률 10%를 넘기며 케이블에서 유례없는 흥행 스코어를 이어가는 중. 최근 제5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 PD 최초로 대상의 주인공의 영예도 안았다.
나영석 PD는 여전히 이 '스타 PD'라는 수식어가 부끄럽다고 했다. 나 PD는 "부끄럽지만, 솔직히 기분은 좋다. '내가 잘하고 있구나',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보니 일찍 이름을 알리게 돼 각인된 효과는 있다. 프로그램을 새로 한다고 하면, 더 집중해주고 관심을 보여주는 시청자들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시청률에 반영돼 (시청률이) 더 잘 나오는 것도 있지 않을까"하는 말로 겸손함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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