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국이 KBS 2TV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 안에서 다양한 얼굴로 시선을 붙든다. '미드'식의 사건 해결을 보이며 다양한 단서를 던지는 '너를 기억해'는 쉽지 않은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를 혼란하게, 또는 더욱 몰입하게 하는데 극의 중심에 선 서인국은 설득력 있는 연기로 시청자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너를 기억해' 4회에서는 양형사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된 이현(서인국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양형사는 이현이 쫓는 이준영(도경수 분) 사건 파일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현 보다 한 발 먼저 도착한 의문의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특히 이 살인범은 이현과 격투 끝 도망치면서 "저를 용서하소서. 저도 저를 어쩔 수 없나이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남겨 그의 정체와 배후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현 또한 그를 끝까지 추적하지 않거나, 경찰이 오기 전 자리를 피하면서 블랙박스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 용의선상에 오르는 등 그간 이현이 보였던 철두철미한 성격과는 반대되는 행보를 보여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관심을 끌었다. 용의자가 된 이현은 지안(장나라 분) 집에 눌러앉으면서 강제 동거를 시작했다. 그간 자신의 집에 들락거렸던 스토커 지안의 정체에 관심을 가졌던 그이기에 또 다른 계획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현과 지안이 서로 무언가를 숨기고 본격적으로 상대방을 관찰하기 시작한 가운데, 이들의 베일에 싸인 정체는 물론, 이현의 옆집에 사는 이준호(최원영 분)까지 더욱 의뭉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이현과 첫만남에서 그에게 물을 끼얹고, 이를 빌미로 집에 초대해 그를 뚫어지게 응시하거나 이현의 목 뒤로 소리 없이 메스를 들이미는 등 긴장감을 조성한 것. 그가 숨긴 진짜 얼굴은 무엇일지 궁금증을 더했다.
이처럼 '너를 기억해'는 어떠한 명쾌한 답을 보여주지 않고, 사라진 이준영과 관련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숨긴채 움직이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독특한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움직임을 보이며 유기적으로 엮이는 가운데, 이현과 지안의 서로 다른 기억을 보여주는 '너를 기억해'는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를 보이는 것. '미드' 식의 리듬감 있는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너를 기억해'가 말하고자하는 진짜 사건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현과 함께 적극적으로 추리해야 하는 시청자들은 '불친절한' 이 드라마의 매력에 빠져드는 중이다. 다양한 단서를 던져주기 때문에 매회 시청자의 추리력을 끌어올리는 '너를 기억해'는 아직 어느 것 하나 완벽한 그림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데, 밑그림의 가닥조차 잡히지 않는 빈틈 많은 퍼즐을 아우르는 서인국의 디테일한 연기는 시청자를 하나로 응집하게 해 끌고 나가는 저력을 발휘한다.
어떠한 이야기인지 쉽게 알 수 없는 '너를 기억해'의 중심에 선 서인국은 까칠한 천재 프로파일러의 독특한 매력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고 쉽지 않은 '너를 기억해'의 이야기를 풍성한 감정 표현으로 부연 설명하고 있는 것. 서인국이 언뜻 보이는 섬뜩한 표정 또한 단서다. 이현의 시선으로 함께 추리해가는 시청자들은 서인국에 한껏 몰입하다가도 그가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몰라 불안해하며 '너를 기억해'의 흥미진진한 전개를 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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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억해' 방송화면 캡처